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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부산 경남은 예로부터 지리적으로 가까워 비슷한 생활양식의 동일 문화권으로 인식돼 왔다. 동해안과 남해안을 낀 해안문화와 지리산을 낀 내륙문화가 동시에 나타나며, 지금도 낙동강 젖줄기를 함께 먹고 사는 형제다. 실제 광역시로 갈라지기 전까지는 부산과 울산 모두 경상남도였으니 형제의 비유가 영 억지는 아닐 것이다.

 형제의 도시들답게 울산부산경남은 최근 많은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울산과 부산시장이 함께 등산을 하며 고리원전 문제나 동남권 의료관광 유치 등의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특강강사로 나서는 등 상생교류의 물꼬가 터진 상황이다. 최근 세 지자체는 지역소식을 알리는 '부울경 삼총사'라는 공식 SNS를 런칭하기도 했다.
 경제적 협력은 더욱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토록 교류의 이야기가 많은 것은 인접한 지역이니만큼 공동으로 발전을 도모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상생을 위한 걸음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동일 문화권인 부울경이 문화적 측면에서 교류하는 일은 손에 꼽힌다. 대한민국에서 언제나 그렇듯 문화는 먹고 사는 일 다음으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헬조선', '자살율 1위'의 수식에 대한민국에서 먹고 사는 일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문화일지 모르는데도 말이다.
 지방이라 더욱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있다. 중앙정부에서 셋팅해 지방정부로 전파하는 중앙 중심 공급정책이 많아 지자체 주도의 문화적 교류에 스스로 낯설기도 하고, 지자체내 현안에 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작년 센터가 주관한 '부울경 친구되기 Project'는 큰 의미가 있다. 울산부산경남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문화재단)의 문화행정인력의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공동브랜드 사업 개발을 위한 TF팀을 운영하고, 사업 성과로 네트워크 포럼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각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문화재단) 행정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 센터 사업도 공유하고 주제에 맞게 토론의 자리를 가졌다. 이름 하여 '부울경 너나들이'는 직원간의 상호학습의 기회가 된 것은 물론 친구가 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첫 걸음이었다.
 이후 문화예술교육지기 현장 3일이라는 이름의 탐방연수는 부울경 센터를 단순한 행정적 협력관계에서 적극적 조력자의 관계로 한 발 나아가게 했다. 각 지역 문화행정인력들의 네트워크가 부울경 문화예술교육 교류의 단단한 바닥돌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부울경 친구되기 Project'사업의 가장 큰 축이라 할 수 있는 공동브랜드 사업 개발을 위한 TF팀은 4회의 공식 회의와 2회 이상의 비공식 회의를 거쳐 12월의 성과 네트워크 포럼까지 6개월간의 장기 미션을 완수했다.
 공동브랜드 문화예술교육 사업 개발이라는 미션의 난이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횟수와 물리적 거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통한 많은 사전준비와 한 회당 다섯시간 이상의 장시간 회의, TF위원들의 열정적인 수고 덕분이었다.
 TF팀은 세 지역의 환경, 역사, 문화, 정서적 특색을 살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공동의 환경지리적 특색인 '해안지역의 색'을 살린 세 가지 사업 주제를 내놨다. 첫 주제는 '해외문물교류의 관문'으로서 해안지역의 역사와 문화, 둘째 '외세의 침입 통로'로서의 해안지역의 역사와 문화, 셋째 '해안지역의 정서'가 두드러지는 해안지역 공동체 문화다. 각 주제에 맞는 예시안도 사업대상과 프로그램의 주제와 방향까지 총 7가지가 제시됐다.
 '부울경 친구되기 Project'로 인한 문화행정인력 역량강화, 네트워크 구축과 TF팀 운영 및 문화예술교육 공동브랜드 개발의 사업성과는 지난해 12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개최된 네트워크 포럼 '새로운 지역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위한 지역의 역할과 협력'으로 귀결됐다. 개최장소가 외곽지역임에도 울산부산경남 외 전국단위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지역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포럼에선 사업의 성과공유와 함께 서울형 문화예술교육 브랜드 사례도 소개됐다. 단순한 사례공유가 아닌 사업의 철학적 배경과 실천방법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지역전문가들의 토론까지 객석과 함께 진행됐다. 당일 포럼은 울산부산경남 공동 브랜드 사업에 대한 지역의 관심을 높이고 구체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제 울산도 2017년 문화재단 설립을 앞두고 있다. 센터가 진행한 울산부산경남 문화예술교육 공동브랜드 사업은 근래 중앙주도에서 지역주도의 구도로 바뀌는 정책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문화예술교육 모델이다.

 지역 재단 설립이 다른 지역보다 조금 늦은 만큼 중앙정책의 단순 반복이 아닌 지역중심의 사업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2017년, 울산문화재단이 주도할 지역중심 사업에 부울경 문화예술교육 공동브랜드 사업이 한 축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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