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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뺨 검둥오리
                                                            송재학

그 새들은 흰 뺨이란 영혼을 가졌네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에서 흰색까지 모두
이 늪지에선 흔하디 흔한 맑음의 비유지만
또 흰색은 지느러미 달고 어디나 갸웃거리지
흰뺨검둥오리가 퍼들껑 물을 박차고 비상할 때
날개 소리는 내 몸 속에서 먼저 들리네
검은 부리의 새 떼로 늪은 지금 부화중
열 마리 스무 마리 흰뺨검둥오리가 날아오르면
날개의 눈부신 흰색만으로 늪은 홀가분해져서
장자를 읽지 않아도 새들은 십만  리쯤 치솟는다네
흰뺨검둥오리가 떼메고 가는 것이 이 늪을 포함해서
반쯤은 내 영혼이리라
지금 늪은 산산조각 나기 위해 팽팽한 겨울
수면은 그 모든 것에 일일이 구겨지다가 반듯해지네


● 송재학 시인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등. 김달진문학상, 대구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등 수상.


창녕 우포늪을 찾아가는 여정은 만만치가 않았다. 요즘이야 길눈이 꽝이라도 네비게이션이 길 안내를 착실히 해주는 세상이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창녕 연수원을 가는 출장길에 잠시 외도로 빠져 찾는 우포늪이, 무제치늪처럼 산에 붙었다는 것인지 발바닥에 붙었다는 것인지. 투덜거리며 초행길 이름 석자만으로 찾아가려니 막막했다.
 헤매고 헤매인 끝에 평야지대에 소처럼 가로누운 우포늪의 질펀한 신천지를 마주한 느낌은 아메리카대륙을 처음 발견한 콜롬부스의 감격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게 호순가 바다인가 싶었다. 수십만평의 수생식물로 가득한 늪지대. 뙤약볕이 자글거리던 그해 우포늪의 여름은 온통 눈이 시원한 그린이었다. 광활한 늪에는 개구리밥을 비롯해 마름, 물옥잠, 생이가래 등이 푸른 융단처럼 깔려 있고, 그 사이사이 가시연과 노랑어리연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 위로 한 폭의 동양화같은 백로가 한가로웠고 왕버들과 부들이 무성한. 국내외 사진작가들의 선호 코스로 한 해 100만 탐방객이 찾는다는 우포늪, 구석구석 둘러보는 데만도 2, 3시간으로 부족했다.
 어딜 디디나 발목이 푹푹 빠질 정도로 사시장철 물이 고여있어 농사를 지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의 청정지역. 수생식물과 물고기, 곤충, 물뱀, 새, 논우렁이 등 생물군 서식지로 더할나위가 없었다.
 우포늪에는 약 30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봄 창녕 우포늪을 찾으면 도시인의 결핍의 눈 속에 녹색을 넘치도록 가득 채우고 올 수 있을 것이다.  류윤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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