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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로 승객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한 가운데 14일 울주군 서울산 IC 회차로 인근에서 국과수 수사연구원들이 관광버스에 대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노윤서기자 usnys@

14년전부터 본격 확장 공사 불구
정치권 예산 나눠먹기에 투자못해
공사 중단·재개 반복 완공 늦어져
노폭 좁고 내리막 사고위험 상존
안전관리 허술·운전 부주의 한몫


해외여행을 다녀온 석유화학업체 퇴직자 부부들이 탄 관광버스에 불이 나 10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각종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가 잊을 만하면 되풀이돼 '재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국가기간망인 고속도로 공사를 정치권의 지역 이기주의로 예산배정이 분산되는 바람에 집중적인 투자가 어려워 조기 완공이 미뤄졌다는 점과 공사를 관리하는 도로공사의 도로안전 미흡, 그리고 대형버스의 사고대처 능력 부재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예고된 참사였다는 지적이다. 
 
#사고 경위 및 문제점
지난 13일 오후 10시 11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언양분기점 500m 앞 지점에서 관광버스가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등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승객은 대부분 한화케미칼에 79년 6월에 입사해 퇴직한 40년 지기의 50∼60대 부부 모임인 '육동회' 회원들이며 부부 동반으로 중국 장자제(張家界) 여행 후 돌아오다가 사고를 당했다.

 경찰은 관광버스 화재사고의 버스기사가 이모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씨가 당시 제한속도 80㎞인 도로에서 100㎞ 이상 속도를 내면서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변경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고 지점은 목적지인 울산으로 들어가는 언양분기점 램프 500m 앞 도로로, 이씨가 언양분기점을 코앞에 두고 속력을 내며 과도하게 끼어들다 갓길에 세워둔 방호벽과 충돌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 방호벽은 경부고속도로 울산∼경북 영천 구간 확장공사로 갓길에 일렬로 세워졌으며, 이 때문에 노폭 여유가 없어 50㎞가 넘는 이 구간에는 항상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같은 점에서 이번 사고는 운전기사의 안전운전 부주의와 고속도로 확장공사의 안전문제 등이 결합된 에고된 사고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구간은 당초 올해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공사초기 예산배정 부족 등 정치권과 관련부처의 무성의로 장기간 공사로 이어져 사고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사고 지점은 대형사고가 이어진 문제의 구간인데도 안전시설 등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가 부족해 고속도로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확장구간 근본적인 문제
13일 관광버스가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고 불이 나 관광객 10명이 숨진 경부고속도로 지점은 확장공사 때문에 갓길이 거의 없는 편도 2차로의 위험한 곳이다.
 그럼에도 완만하지만 2㎞ 이상 내리막이 이어져 과속하기 쉽고, 내리막 끝 지점에 울산으로 빠지는 나들목이 연결돼 있어 수 많은 과속 차량들이 울산으로 진입하기 위해 급히 차선을 바꾸는 지점이다. 대형사고 위험이 상존한 것이다.

 문제의 구간은 이미 정부가 지난 1997년 기존 4차선인 경부고속도로 경북 경주구간(영천-경주-언양) 55.03km를 확장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를 마쳤다.
 이어 2001년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2003년에는 용지매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 대구에서 경주, 울산, 부산간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한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착공 및 준공으로 2009년까지 6년간 사업이 전격 보류됐다.

 그러다가 2009년 12월에야 40억원의 예산이 배정되면서 사업이 재개돼 2010년 타당성재조사와 2011년 9월 보완설계를 거쳐 그해 12월 사업 시작 14년 만에 공사에 들어갔다. 모두 7965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6년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때 사업비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공사 완공 기간도 슬그머니 내년 말로 연기됐다.
 착공 이후에도 연도별 사업비는 2011년 441억원, 2012년 290억원, 2013년 684억원 등 초기에 고작 17.8%의 사업비가 투입돼 공사 속도가 빠르지 못했다.

 찔끔예산으로 조기 공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예산당국이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를 위해 골고루 예산을 배분하다보니 도로 등 기반시설 공사가 찔끔공사가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도로 전문가들은 국가동맥인 고속도로 확장 등 반드시 필요한 구간의 공사는 집중적인 예산집행으로 공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공사구간 안전문제
사고가 난 지점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을 불과 100여m 앞둔 곳으로 울산∼영천 고속도로 확장공사의 울산 마지막 구간이다.
 경부고속도로 울산∼영천 구간에는 현재 확장공사 때문에 공사지점과 고속도로를 구분하는 콘크리트 방호벽이 갓길을 차지하며 길게 늘어서 있다. 이 때문에 갓길이 2차로 바깥선 끝과 방호벽 사이 갓길은 아예 없거나 30∼40㎝에 불과하다. 콘크리트 방호벽은 울산∼영천 고속도로 55.03㎞ 양쪽에 일렬로 세워놓아 운전자들은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큰 위협을 받는다.

# 비상탈출용 망치 못찾아 피해 더 키워
대형 버스가 편도 2차로를 나란히 붙어 달리면 사이드미러가 부딪힐 정도로 노폭이 좁은 느낌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전 구간은 최고제한속도가 시속 80㎞다.
 사고 현장 감식을 했던 울주경찰서 관계자는 "공사 때문에 노폭이 좁고 내리막이어서 속도를 줄여 안전운전을 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도로가 좁고 위험해 운전자의 부주의나 타이어 결함 등이 겹치면 대형 사고가 불가피하다.
 사고 장면을 담은 CCTV 분석 결과 버스는 사고 지점 후방에서부터 비상등을 켜고 1차로를 달리다가 사고 지점 앞에서 갑자기 대형 버스 사이 2차로로 끼어든다.
 중심을 잃은 버스는 앞부분이 콘크리트 방호벽에 박히면서 불꽃이 일었고, 2차례 더 방호벽을 박고는 화염에 휩싸인다.
 사고 버스가 목적지인 울산으로 가려면 100m여 앞의 언양분기점 램프로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사고 지점에서 급히 차선을 변경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언양분기점으로 들어가려고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다가 차량이 균형을 잃어 방호벽을 들이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확장공사 때문이기는 하지만 운전자에게 위협을 주는 갓길 방호벽도 사고를 유발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고 버스는 화염에 휩싸이는 순간 높이 1.5m의 방호벽과 버스 오른쪽 부분이 틈이 없을 정도로 붙은 채 멈춰 출입구가 막히고 관광객이 내리지 못해 인명사고가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경찰 감식결과 버스 출입구 쪽 하부에 설치된 연료통이 깨진 점으로 미뤄 1, 2차 방호벽 충격으로 연료통이 깨지면서 불이 붙어 출입구 쪽이 화염에 휩싸여 신속한 탈출이 어려웠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 구간의 갓길은 폭 2m가 원칙인데 갓길 위에 방호벽이 설치됐다면 핸들을 조금만 꺾어도 방호벽에 부딪히게 된다"며 "차량 정비를 철저히 하고 공사 구간에서는 제한 속도에 맞춰 안전운행을 했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버스 안전문제
관광버스 화재사고에서 승객들이 비상탈출용 망치를 발견하지 못해 탈출이 늦어져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차 안에 비상 망치가 있었는지는 여부는 정확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대중교통 버스와 관광·전세버스의 비상 망치 관리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울산 관광버스 사고에서 비상 망치가 없어 탑승객들이 손과 발로 차창 유리를 깨려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평소 타던 대중교통 버스와 관광버스에 비상 망치가 없거나 사용할 수 없게 묶어둔 상태였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30조'에 따르면 탈출을 위해 자동차의 유리를 깰 수 있는 장구를 차실안에 4개 이상 설치하고, 탈출방법 등을 기재한 표지를 각각의 장구 또는 덮개에 붙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 시민들이 탑승한 버스 안에서는 비상망치가 없거나 있더라도 플라스틱 끈으로 묶여있거나 나사못으로 고정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한 버스 운전사는 "대중교통 버스와 고속버스의 경우는 비상망치 덮개가 개선돼 굳이 묶어두지 않아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라 묶어둘 필요가 없다"며 "과거에는 도난 등의 우려로 숨겨놓거나 묶어 두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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