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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중구 다운동과 울주군 범서읍 서사·척과리에 걸쳐 180만㎡ 규모로 조성되는 보금자리 주택단지인 '다운2지구'가 제대로 된 수해방지대책이 없이 지구단위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본적인 수방대책 없이 지금까지 마련한 미봉책 만으로 신도시가 들어설 경우 태풍 '차바' 때 쏟아진 집중호우와 '혁신도시 효과'로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중구 태화시장의 악몽이 척과천 하류 다운동에서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18일 대한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태화강 지류인 척과천을 끼고 180만6,000여㎡ 규모로 조성되는 다운2지구에는 아파트·단독을 포함해 총 1만3,000세대의 주택과 초·중·고교 4곳, 사회복지시설, 공공청사 등이 들어선다. 단지를 관통하는 국도 14호선은 척과천 북측을 따라 4차선으로 확장 신설된다.

 LH는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올 연말부터 보상 물건조사에 나서 내년 6월께 보상계획 공고를 내고 늦어도 2018년 12월에는 첫 삽을 뜰 계획이다.

 그런데 LH는 당초 2008년에 수립한 다운2지구의 지구단위계획을 올해 초부터 현실에 맞게 변경하면서 수방대책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강한 대책으로는 척과천의 수해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보강한 수방대책은 당초 2개였던 저류시설을 3개로 늘리는 것이 유일하고, 집중호우 시 척과천 범람을 막기 위한 제방보강 등 하천정비는 사업지구 밖이라는 이유로 아예 검토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관할 지자체인 울산시와 중구·울주군도 LH 소관이라며 다운2지구 건설에 따른 별도의 척과천 정비계획은 생각도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집중호우 시 저류지 역할을 해온 농지와 임야를 걷어내고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 면적이 늘어나는데 따른 하류 홍수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그나마 수방대책인 3개 저류시설의 전체 용량은 50년 강우빈도에 맞춘 11만톤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빗물 저장능력이 거의 없는 자연월류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태풍 '차바' 때 태화시장의 침수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혁신도시의 저류시설과 같은 형태이고 용량도 비슷하지만, 올 상반기 국민안전처와의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는 문제 없이 통과했다.

 만약 다운2지구가 완공된 후 130년만의 폭우로 기록된 이번 태풍 때와 같은 시간당 130㎜의 물폭탄이 쏟아질 경우 다운동 일대는 극심한 침수피해를 겪게 될 것이라며 주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척과천 하류는 이번 태풍 때 강물이 범람하면서 다운동을 관통하는 국도 14호선이 침수되고 주택가도 물난리를 겪었다.

 울산대학교 조홍제 교수(건설환경공학부) 등 전문가들은 "다운동 일대가 택지로 개발되기 전인 1980년대만 해도 척과천은 주변 농토보다 강바닥이 높은 천정천(天井川)이었기 때문에 매년 홍수를 겪었다"면서 "지금도 강바닥이 높아 100㎜ 정도의 비에도 강물이 크게 불어나는 취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중호우 시 다운2지구 건설에 따른 유수량 변화를 고려해 제방을 높이는 등 하천정비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다운동 주민들도 "함월산 자락의 그린벨트에 건설된 혁신도시의 부실한 수방시설이 태화시장의 침수피해를 키운 것과 똑같은 현상이 다운동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다운2지구 건설에 따른 자연재해 영향을 재검토해 척과천 하류의 근본적인 수해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LH 관계자는 "다운2지구의 저류시설이나 우수관로, 도로 등의 주요시설은 모두 50년 강우빈도에 맞춰 설계가 됐고, 비상여수로의 경우 80년 강우빈도를 반영했기 때문에 지구 내 수방대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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