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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먹고 배탈이 난 것처럼 편의점 업주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블랙 컨슈머' 2인조가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편의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던 가해자들은 평소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은 진열대 앞쪽에 배치해 먼저 팔릴 수 있도록 해두고 매일 새벽 그 중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확인 후에 빼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미리 하루 전 편의점에 들어와 빵의 유통기한을 확인한 뒤 진열대 가장 안쪽으로 숨겨 놓은 후 다음 날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구입하는 수법으로 배탈이 난 것처럼 위장했다.
 그리고 구청에 신고할 것처럼 협박해 일을 못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라며 편의점 9군데에서 98만원 상당의 금액을 갈취하다 덜미가 잡혀 공갈죄로 검거됐다.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상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 또는 '진상 손님'이라고 부른다. 한 때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는 '고객(손님)이 왕이다'는 슬로건이 만연했던 때가 있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사회적으로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은 권리만 누리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남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보다 경쟁을 통한 승리만을 강조하던 사회 분위기가 결국은 갑질로 번져 우리사회를 점점 병들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블랙컨슈머에 대한 경찰 통계에 따르면 블랙컨슈머의 직업군 중에 무직자가 32.8%로 가장 많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약자로 항상 을의 입장에 있을 것 같은 그들이 갑질로 다른 사회적 약자에게 횡포를 더 부린다는 것이다.

 앞서 울산에서 공갈죄로 체포된 가해자들도 일용직 노동자로 돈이 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들도 분명 사회에서 누군가의 갑질로 고통 받았던 사람일 확률이 큰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편의점 손님으로 편의점 업주에게 갑질을 한 것이다.

 어찌 보면 갑질에 억눌린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조그만 권력과 자산을 통해 다른 곳에서 받은 억압과 설움을 자기보다 더 아랫사람에게 풀어버리는 대물림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그런 방법을 이용해 금전적 이득이나, 무형적 이익을 아주 손쉽게 얻으려고 하는 잘못된 생각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실제적으로 야간에 지구대 근무를 하면서 신고출동을 가보면 우리나라의 갑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느껴진다. 출동한 경찰에게까지 폭언과 욕설, 음담패설 등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등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을 수 없이 본다.

 택시비 시비로 오는 택시손님, 대리기사 손님, 길에 쓰러진 주취자 모두 어쩌면 술의 기운을 빌려 부끄러운 행동들이 의식에서 걸러지지 않고 아무런 미안함과 죄의식 없이 표출되는 것이다.

 더 이상 사회의 악순환이 계속되지 않도록, 갑질의 대물림을 없애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갑질을 당했을 때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또한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심을 갖춰야 한다.

 사회 모두가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통해 나만큼 남도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갑질의 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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