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는 음악을 잘 몰라서요…저는 그림을 잘 몰라요…"

 나도 잘 모른다. "음악은 들어서 좋으면 되고 미술은 봐서 좋으면 되지요" 나의 대답이다.

 내 귀가 즐겁고 내 눈이 편안하고 그냥 그 분위기가 좋으면 무엇보다 그게 가장 첫 번째 이지 않을까.
 밥만 먹으면 지겨우니 자장면도 시켜먹고 고기도 구워먹고, 파스타도 먹는 것처럼 음악회도 어렵고 지겹고 그런 복잡한 생각 없이 '오늘은 뭐 먹을까?'처럼 한번 가서 '이 집 맛 괜찮네. 재밌네. 나쁘지 않아' 이 정도의 쉬운 음악회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음악회가 어느덧 세 번째를 맞게 됐다.

 '살롱, 음악을 그리다' 이번 음악회의 부제이다. '갤러리에서 미술전시가 있을 때면 오프닝 콘서트를 기획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갤러리에서 음악회를 열기 위해서 미술작품을 걸면 어떨까?' 재밌을 것 같았다.

 음악, 미술, 문학 등 모든 예술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 따로 분리해 생각할 수가 없다. 특히 가사 없이 멜로디만 있는 음악들은 더더욱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예술로부터 도움을 받고, 또 청각적 요소의 도움을 줌으로써 서로 더욱 풍성한 효과를 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중 가장 좋은 것은 무대와 객석의 가까운 거리다.

 유학시절 좋았던 것은 학교에서 열리는 작은 연주회에도 지역주민들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작은 연주회를 찾아가고 음악을 듣는 것이 그들의 생활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큰 콘서트홀에서 유명한 사람이 연주하는 연주회가 아니더라도 지역 음악가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연주회에 시민들이 찾아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늘 생각했다. 분명 연주자와 청중들이 함께 하면 큰 연주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작은 연주회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란 점이 가장 재밌을 것 같았다. 장소에 맞는 가벼운 곡들을 선정하고 미술작가님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음악회를 준비했다.

 살롱 'salon'은 객실, 응접실을 일컫는 프랑스어다. 하지만 사전적의미를 제외하고도 살롱은 훨씬 더 많은 것을 담아내는 단어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살롱문화는 살롱의 여주인들이 무료하고 폐쇄된 생활에서 벗어나 소통하려고 한 것에서 시작했다. 단순한 사교모임을 넘어서 문학과 미술, 음악 등을 교류하며 발전시켜 새로운 공간의 살롱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음악을 빼 놓을 수가 없기에 인상주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인 클로드 드뷔시(C.Debussy 1862-1918)의 음악을 선택했다. 또 나의 살롱음악과 잘 맞아 떨어질 것 같은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 시킨 미국의 대표 작곡가 조지거쉰(G.Gershwin 1898-1937)의 음악을 골랐다.

 둘의 음악적 분위기는 다르지만 각자의 시대에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 모습은 닮아있다. 몽환적이고 하늘거리며 부드럽고 연한 톤을 가진 파스텔 칼라에 가까울 것 같은 드뷔시의 음악과 경쾌하고 또렷하고 자유로우며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거쉰의 음악은 원색을 연상케 한다.

 이번 공연에 함께하는 김은아 작가의 고양이 그림과 권건희 작가의 꿈꾸는 의자 그림은 공연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다. 

 공연은 11월 1일부터 11일 까지 삼산동 지앤갤러리에서 열리며 전시기간동안 11월 1일 오프닝 콘서트와 11월 5일 클로징 콘서트는 각각 다른 프로그램과 연주자들로 구성했다. 11월 3일은 '브런치 콘서트'로 저녁에 올 수 없는 관객들을 위해 낮에 열리는 콘서트도 마련했다. 자연재해 뿐 아니라 각종 사건사고로 끊임없이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는 요즘, 공연을 보며 잠깐의 힐링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