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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나먼 여행
그림 에런 베커 / 웅진 주니어

나이가 들수록 뭔가 상상하고 꿈꾸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기도 바빠서일까. 어릴 땐 그토록 잘 들렸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좋은 문학작품은 우리가 꼭 곁에 둬야 할 이 책 속 빨간 펜 같다. 특히나 좋은 그림책은 어른이 되면서 잊게 되는 꿈과 환상, 모험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한 소녀의 환상적인 여행을 글자 하나 없이 그림만으로 완벽히 구현해낸 책 속 삽화는 정교하고 섬세할 뿐 아니라 몇 장면은 정말이지 아름답기까지 하다. 처음 빨간 펜으로 문을 그려 여행을 나서는 신비한 숲 속과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양탄자가 떠오르는 그림, 아라비아 궁전이 세워진 고요한 사막에서의 야간비행 장면은 압권이다.

 미국 작가 에런 베커의 처녀작으로 2014년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아라비아 지역 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문화권의 색채가 묻어 있다. 대학 졸업 후 세계를 돌며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작가의 체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복잡한 장치 없이 펜 하나로 뭔가를 그려 막다른 위기를 탈출하고, 그것이 꼬리를 물어 또 다른 환상적인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전개는 책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든다.
 책의 백미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잊었던 자신의 꿈을 생각게 한다는 점이다. 만약 내게도 빨간 펜이 주어진다면, 난 어떤 상황을 그려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날까.
 밤하늘별이 쏟아질 것 같은 몽골 사막의 초원,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노래한 매사추세츠 주의 '월든' 호숫가, 어린 시절 온 사방이 하얀 눈과 고요한 정적으로 뒤덮였던 외할아버지 댁….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곳이 참 많다.

▲ 김주영기자·초록목도리 회원

 나중에 내 아이가 좀 더 크면 이 그림을 보고 저만의 이야기를 지어낼 때가 올 것이다. 이렇듯 읽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상상을 하게 하는 힘 역시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김주영기자·초록목도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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