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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구이
                                                              강우식

연기란 무조건 나쁜 것인가요.
독특한 향미의 훈제품도 있잖아요.
오늘은 맛보다는 굽는 그 냄새가 좋아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를 석쇠에 올리고 굽다보니
고기보다는 그 냄새에 취해
서해바다 밀물이 차오르듯 배부르고 말았다.
다른 연기는 마시면 안 되는데
전어 굽는 연기는 괜찮은 건가요.
혹시 이것도 타면서 생기는 냄새고 연기니
배이고 절어 암에 걸리지는 않는지요.
답은 지나친 걱정도 탈인
과유불급이라. 이미 나와 있는 건가요.

● 강우식 : 1941년 강원 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마추픽추』『사행시초2』 등 다수.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전어의 철이 가을이라 했던가.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운 전어는 먹어보지 못했고 겨우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식당에서 기름에 튀겨서 나오는 것이나 회무침 정도였다. 사실 가을반찬 이래봐야 별것 있겠냐만 무시래기에 고등어를 얹어 끓여 먹어도 일품이지 않는가. 그렇게 먹다보면 천고마비가 아니라 천고인비가 될는지 누가 알겠냐만 안 그래도 며칠 전 모 여류 수필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친정어머니를 김칫독에서 푹 삭은 김치로 비유하고 바깥활동을 주로 하신 친정아버지를 고등어라고 비유한 작품 '김치와 고등어'를 낭송 해주기에 눈을 지그시 감고 귀로 맛을 느끼는 순간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한 편의 시를 읽는 맛이었다.
 바닷가를 떠나오고 나니 이따금 바다생각도 나고 자주 먹었던 회도 생각나곤 했었는데, 근자에는 친구가 종종 낚시를 다녀와서는 숭어, 고등어, 전어 등 몇 마리씩 던져주고 가기에 생선구이를 해 먹을 수가 있었다. 나무토막에 불 피운 후 비늘치고 배따서는 칼집을 내어 소금을 살짝 뿌린 후 구워 먹었다. 석쇠에 구워서 먹어보니 며느리가 되돌아 올 만 했다. 그런 와중에 강우식시인의 음식시집 '꽁치'를 소개받아 구입한 후 들여다보니 온 갖가지 반찬이 다 나왔다. 어느 수필가의 맛 기행 수필보다도 더 간결하고 깔끔한 음식이 되어 책상위에 한상 차려 놓고 보니 이보다 더 행복한 일상이 어디 있겠는가. 제 아무리 연기와 냄새에 배이고 절어도 삼백육십오일이 아닌 다음에야 무슨 영향이 미치겠냐만 그래도 전어를 구워 먹어본 올 가을은 횡재한 셈인데. 전어와 고등어가 등장한 올 가을은 유난히도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 별 반찬 없다고 하시면서도 가끔 고등어나 꽁치로 입맛을 채워 주셨던 그 마음을 지금에서야 깨달음은 불효중의 불효지만 그래도 가슴 한편에 고마움을 간직하고 살고 있음이니 예전 우리네 부모님들의 살아오신 길을 또 다른 감각으로 체험을 하며 남은 인생의 길을 저 고등어나 꽁치 아니 전어처럼 살면 어떨까.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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