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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를 보면 인간들에 손에 불을 넘기기 두려워했던 신들의 왕, 제우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불이 인간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와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같은 금기를 어기고 제우스의 불씨를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었고, 그로인해 형벌도 받게 되었다.

 물론 인간들에게 넘어간 불은 제우스가 염려했던 바와 같이 순식간에 삶의 터전과 자연을 잿더미로 만들기도 하고,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것이며, 인류는 자연의 준엄한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진화와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이러던 20세기 중반, '제 3의 불' 원자력의 등장은 인류에게 에너지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물론 원자력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었으며, 인류를 위해 평화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재앙은 인류로 하여금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막연한 공포감을 심어줬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자력이 인류에 가져다준 혜택을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방사선이 아니었다면 지금은 우리에게 흔한 X-RAY, CT 촬영,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항암치료와 같은 의학의 발전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방사선을 이용해 방부제를 쓰지 않고도 저장성을 획기적으로 늘린 식품의 개발 등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해외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던 것 또한 전체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원자력발전 덕분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일어났던 사고가 다시 한 번 일어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 인한 피해범위와 정도가 엄청나다는 점 때문에 원자력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끊임없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하는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우리 모두가 원자력을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정립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막연하게 떠오르는 원자력의 위험 때문에 원자력발전을 포기한다면, 이는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전에서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비상상황에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 매뉴얼에 의한 대응체계의 확립, 그리고 항상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원전 종사자들의 문화 확립 등을 통해 소중한 원자력을 더욱 안전하게 사용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잘했을 때는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잘못한 점에는 애정 어린 채찍을 휘두르는 가운데 원전 종사자들이 힘내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국민들의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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