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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어둠                                                        

                                                                                                               문효치
 
바닷물에 젖은
어둠이
내 살 속에 들어와 있던
물새 한 마리 지우고 있다.
 
내 뇌 속에 고여 있던
종소리 한 떨기
 
내 피 속에 섞여 있던
햇빛 한 다발
 
내 뼈 속에 짓고 있던
절 한 채 지우고 있다
 
바닷물에 젖은
걸쭉한 어둠이
내 속을 걸어 다니며
 
저기 아득한 시간
그 바깥의 머나먼 나라로
나를 밀어내고 있다.
 

● 문효치 시인- 1943년 전북 옥구 출생, 1966년 서울신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현대시인협회 부회장, 한국문협 시분과회장, 한국펜본부 이사장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시집 『煙氣 속에 서서』『武寧王의 나무새』『백제 가는 길』『바다의 문』『남내리 엽서』시선집 『백제시집』저서 『시가 있는 길』『문효치 시인의 기행시첩』 등
 

 

▲ 박성규 시인

해마다 첫날이면 해맞이 행사로 북새통을 이룬다. 올해도 예외 없이 언론에서는 전국 일출 유명장소에 대해 홍보를 하기도 했었는데 사실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해 곳곳에서 해맞이 행사가 취소되어 예전의 해맞이 기분을 느끼기엔 부족한 듯 하지만 올해 첫날 해맞이는 집 마당에서 맞았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우려도 우려지만 손님방문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길을 나서질 못했다.
 새해 첫날 해맞이 행사 참석에 있어서는 꽤나 오래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였으니 꽤나 오랜 세월이 되었고 30회를 채우고 부터는 여력이 되는 한 일출을 맞곤 했다. 지금에야 두텁고 따뜻한 옷이 많아서 어지간한 추위는 걱정 없지만, 중고등학교 시설에는 달리 외투도 없었고 유일하게 입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 교복이었다. 자정 무렵에 경주국립박물관에서 모여서 제야의 종 타종식을 보고 그길로 영지까지 걸어가 캠프파이어로 몸을 녹인 후 다시 석굴암으로 올라가 일출을 해를 맞았지만 해맞이 인파가 늘어나면서부터 단체행사 치르기가 힘겹고 부터는 문무대왕암 앞바다나 칠포 월포 강구 영덕바닷가까지 올라가 해맞이 행사를 치르기도 했지만 울산에 터전을 잡고부터는 울기등대나 꽃바위 주전 정자바닷가 쪽에서 해맞이 행사를 치렀다
 이렇듯 바닷가에서 맞는 새해 해맞이는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두컴컴할 때는 파도소리를 귀에 담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면 먼 수평선에서부터 여명이 시작되고 그런 후에 솟구치는 해를 맞이할 때의 기쁨과 희망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바다 어둠은 늘 잊고 사는 우리와는 달리 우리는 날을 정해놓고 해맞이라 하지만 바다의 어둠은 한결같이 아침마다 붉은 해를 솟구쳐 올리고 있다.
 아무런 일 없었던 일같이
 아득한 시간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같이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같이.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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