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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압박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국내생산물량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가 제2 미국공장 투자까지 추진한다면, 앞으로 현대차의 국내와 해외 생산량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생산 비중이 더욱 더 감소할 경우, 고용 축소와 협력업체의 경영악화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큰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적 노사관계의 모델 창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자율주행·미래 신기술 개발 집중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앞으로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는 자율주행과 미래 신기술 개발 등에 이뤄진다. 또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신차 생산에 대한 설비 증설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의 이 같은 행보는 트럼프 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해외서 생산된 제품을 들여올 때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 판매비중이 높은 도요타도 차례로 백기를 들었다. 포드는 미국에 7억 달러 규모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고, GM은 설비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일자리 1,000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FCA는 미국 공장에 3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도요타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계획을 수정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투자를 확대해 현지 생산비중을 늘릴 것을 결정하면서, 우선,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물량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공장을 통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70% 정도를 현지생산 하고 있다. 나머지 30% 정도는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번 투자 금액의 19억 달러 이상이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데 쓰이는 만큼 현지 생산능력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연간 3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앨라배마공장을 짓는데 10억 달러를 썼다.
 미국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로 국내 생산량의 해외 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공장의 생산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생산 비중이 앞으로 더 줄면 당연히 고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협력업체들의 경영 악화 등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현재도 해외 생산물량 더 많아
사실, 현대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파업 등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따라 이미 오래 전부터 감소 추세다.
 현대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2010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2015년에는 30%대를 기록했다.
 2010년 현대차의 총생산량은 362만6,151대이다. 이 가운데 국내 생산량은 174만3,378대, 해외 생산량은 188만2,773대로 집계됐다. 국내 생산비중이 처음으로 50% 아래인 48.1%를 기록했다.
 이후 국내 생산 비중은 2011년 46.4%, 2012년 43.3%, 2013년 38.8%, 2014년 37.9%, 2015년 37.6%로 계속 하락했다. 2006년은 64.5%, 2007년은 65.2% 수준이었다.
 국내 생산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해외 생산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미국, 중국, 인도, 체코,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에 해외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창저우 4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올해 안에 충칭에 5공장도 완공할 예정이다.
 또, 해외 생산량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은 해외공장과 국내공장의 생산 경쟁력의 현격한 차이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 지속성장 협력적 노사관계 시급
현대차에 따르면 2014년 6월말 기준 국내 공장(울산·전주·아산)의 한대 생산에 투입되는 총시간(HPV)은 26.8시간으로 해외공장 7곳에 비해 가장 높다.
 이에 비해 해외 HPV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14.7시간, 체코 노소비체 공장 15.3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16.2시간, 중국 베이징 공장 17.7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 20시간, 인도 첸나이 공장 20.7시간, 터키 이즈미트 공장 25시간 등으로 나타났다.
 HPV는 생산의 질에 대한 측정지표다.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설비, 관리효율, 노동생산성 등 제조 경쟁력을 평가한다. HPV가 낮을수록 생산성이 우수하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대차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외 생산의 증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기업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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