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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시] 햇소금
2017년 03월 14일 (화) 18:18:23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햇소금
                                                                                        
장석남
 

마을 이장님으로부터 신청한 김장용 햇소금을 받았다고.
그것도 세 포씩이나 받아
뒤꼍 처마 밑에 작년 것의 후배로 나란히 쌓아두고
돌아 나와 툇마루에 걸터앉아 쉬자는데
집 어디선가 조용한 흥얼거림이 시작되었다고.
집안에는 나 혼자뿐이니 귀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었지.
잔잔한, 손바닥만한 소리가
흰빛의 손수건과도 같이 자꾸만 내게 건네 오는 거야
왜인지 나는 무섭지도 않았지
누가 시키지도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나 나는
차돌멩이 하나를 찾아 찬물에 씻어서는
그 새 소금 포대 위에 작년 것과 같이 올려두었지
그러자 흥얼거림도 잦아드는 거였어
 
그것은 어떤 영혼이었던 거
먼 고대로부터 온 흰 메아리
모든 선한 것들의 배후에 깔리는 투명 발자국
 
나는 명년에도 그 후년에도 이장님께 신청할 테야
그 희고 끝없는 메아리
 

● 장석남 시인-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0년 제10회 미당문학상, 제44회 현대문학상 시부분상, 제11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2003년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한 공간에서 무심하게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부에 기생하는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를 기억하고,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방법도 비가시적인 침묵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침묵은 사물들에게 옮아간다. 몇 개의 선으로 표현 될 수 있는 사물은 침묵에 대항하지 못한다. 오로지 사물의 방향에서 변화가 발생하는 지점은 무한(無限)이 선물한 것에 대해서 겸손한 마음씨를 갖는 것이다. 사물과 침묵의 미묘한 혼합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차돌멩이 하나를 찾는 자신의 내부에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보아왔기에 침묵을 저절로 흥얼거리게 만드는 사물. 고민한 시간들은 지금 하는 일에 특별한 무언가가 되는 법. 너무 강한 인상을 심어줄 염려도 없는 얼굴에 처진 어깨도 약간 어색해 보이는 자세로 툇마루에 앉아 최소한 30분 이상은 침묵으로 응했을까. 주머니를 털어서 믿음과 사랑을 과시하도록 자극하는 사물이 죽으면서 내뱉는 투명한 생사의 리듬. 침묵은 끝없는 에코의 지평을 위해 사물의 인칭들을 불러낸다. 유령의 몸 같은 처마 밑, 툇마루, 소금, 차돌멩이, 찬물 같은 가시적인 것들의 솟구침으로 명랑한 귀신들에게도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황지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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