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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마을에 집을 짓고 살며 자연과 역사 속에서 느낀 감흥을 풀어낸 작가들의 책이 잇따라 나왔다. 박성규 시인의 시집과 김성춘 시인의 산문집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 박성규 시인 '이제 반딧불을 밝혀야겠다'
"힘없는 눈으로 두리번거리다가/서로 눈이 마주치면 피해버린다/그러다가 다시 눈이 마주치면 눈싸움을 한다/서로 지지 않으려 핏기가 어리도록 용을 쓴다/그러기를 서너 번/힘주었던 눈을 해방시키고 나니/하늘이 어두컴컴했다/눈이 오면/다시 눈싸움 해야겠다" (시 '눈싸움' 중에서)
 농담(濃淡)에 얹힌 삶의 시학을 담아낸 박성규 시인의 책 '이제 반딧불을 밝혀야겠다'(도서출판 문학의 전당)가 나왔다.
 박 시인은 얼마 전 평생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고향 경주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책에서는 고향에 둥지를 틀고 자연에 몸을 담고 순리에 적응해 가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책은 1부 '달구지' '뻐꾸기 울던 날' 2부 '거울을 보다가' '동짓날의 비애' 등 4부로 구성해 총 50여 편의 시를 수록했다.
 문학평론가 박지영 씨는 추천글을 통해 "박성규 시인의 시는 언뜻 보아서는 단순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박성규 시인만의 독특한 어법이다. 어찌 보면 동심(童心)에서나 볼 수 있는 언어 표현이지만 그 나름의 긍정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규 시인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2004년 '시인정신'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꽃아' '멍청한 뉴스' '오래된 곁눈질' '어떤 실험' 등을 펴냈다. 현재는 대구문인협회 회원과 '시와 여백'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김성춘 시인 '경주에 말을 걸다'
"어느 달 밝은 밤이 오면 나는 다시 갈 것이다. 석빙고 북편 발굴 현장으로 가서 월성의 무너진 장대석과 월성 해자 방형 초석들의 이야기를 밤 깊도록 듣고 싶다" ('경주에 말을 걸다' 중에서)
 김성춘 시인이 경주의 역사문화를 소재로 한 산문집 '경주에 말을 걸다'(도서출판 예술과마을)를 출간했다.
 저자는 경주에 고원재(古園齋)라는 집을 짓고 살면서 경주의 폐사지와 풀, 하늘, 돌멩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글을 완성했다.
 책은 '래여래반다라' '곤원사지를 찾아서' '분황사 단상' 등 47편의 글들로 채웠다.
 김 시인은 "천년고도 경주의 산과 들, 폐사지에서 만난 수수께끼 같은 신라의 역사와 조상들의 흔적이 묻은 기왓장 하나하나에서 느낀 나만의 감성을 솔직하게 반영해 만든 글이다. 조금이라도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이 또한 내 생(生)의 기쁨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성춘 시인은 1974년 시전문지 '심상'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월간문학 동리상, 비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방어진 시편' '흐르는 섬' 등을 펴냈다.
 현재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에서 시창작 지도교수와 계간지 '동리목월' 기획주간을 맡고 있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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