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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에트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II, 캔버스에 유채, 50×50cm, 1930, 개인소장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적인 요소와 절대적 사실을 추구했던 '데 슈틸'(De Stijl, 양식(樣式) 혹은 형식이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Style) 그룹에서 1925년 몬드리안은 탈퇴했다. 1917년 같은 이름으로 잡지를 창간했던 테오 반 도스부르흐가 빨강, 파랑, 노랑과 흰색, 검정색 여기에 수평, 수직선 그리고 사선(斜線)을 더하자는 주장은 절대적 사실을 추구하기에는 너무 포괄적이라면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세상이 흑백과 삼원색, 수평과 수직으로만 구성되었다는 이들의 주장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지만, 여기에 빗금 하나 더하자는 주장에 반기를 들었던 몬드리안의 주장에도 이해가 어려운건 마찬가지이다. 하여튼 몬드리안은 20세기 현대미술과 가구, 건축 그리고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친 네덜란드 출신의 현대작가이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작품제작 형식을 만든 미술가이기도 하다. 네모난 칸을 나누고 여기에 빨강, 파랑, 노랑을 보기 좋게 칠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화가인 아버지를 둔 몬드리안은 파리로 가서 최신 미술사조를 공부하면서 1900년대 초반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던 피카소의 입체파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니까 그가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라 왜 그림을 그리는지, 세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그림으로 해결하려는 예술의지 때문에 변한 것이다. 마침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네덜란드로 돌아간 그는 신-조형주의(Neo- Plasticism)에 눈 뜨면서 진실을 추구하기 보다는 꾸밈이나 비유가 없는 절대적인 사실을 조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비유야말로 사실을 왜곡하는 수단이므로 이런 것을 예술에서 제외해야만 진정한 조형에 다가설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20세기 추상화의 원리 중에 원리가 되었다. 그림이 신화나 감정 따위를 표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세계의 구성형식을 조형으로 나타내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현대 미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품을 유치원생 정도면 따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기 쉽다고 그리기도 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캔버스의 칸 하나도 검정색 기둥 넓이 하나도 쉽게 그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찬찬히 들여다보면 알게 된다. 검은 기둥의 넓이에 대한 고민과 각 사각형과 비율, 그리고 흰색의 위치에 엄청난 고민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절대적 사실을 추구하는데 사각형과 색을 캔버스에 무심하게 채웠을 리 없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조형을 추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기 쉽다고 이해도 쉬운 건 더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그의 작품에 대한 의미가 다가온다. 

 사실에는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실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허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진실은 비유에 따라 그 색과 모습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디지털 세상은 어쩌면 진실보다 사실이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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