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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핵심인 생태제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진단하기 위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현장실사가 28일 실시되는 가운데 이번 현장실사로 보존해법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은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어린이들이 망원경을 통해 바위에 새겨진 그림을 관찰하고 있는 모습.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핵심인 생태제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진단하기 위해 현장실사가 이뤄진다. 28일로 예정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 대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현장실사를 앞두고 반구대 암각화 보존 해법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120만 울산시민은 물론 전국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현장 실사는 지난달 18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 5차 회의에서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제시한 '생태제방안' 심의 보류 결정의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다. 이번 결정은 지난 5월 1일부로 문화재위원 10명중 7명이 교체된 점 등을 고려해 더욱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이에 따라 문화재위원회는 28일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방문해 면밀하게 실태파악을 하고 추후 재심의 일정을 잡아 가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현장 실사를 앞두고 본보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해법의 과정과 생태제방안 도출과정을 면밀히 살펴 그동안의 보존안 공방을 재구성해 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더 이상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가 정치적 희생양이 되거나 본질과 무관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가능한 본질에 충실한 심의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편집자

울산시·문화재청 용역 결과 장단점 분석 최종 제시
문화재위원 대거 교체에 현장확인 거쳐 재심의키로
세계문화유산 조건 확대 해석 현실적 해법 간과 안돼
물문제 등 중구난방 논란 접고 보존 본질적 접근 필요


# 새정부 출범에 또 표류될까 우려
지난 16일 임명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안으로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새정부 출범으로 또다시 반구대 암각화 보존해법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도종환 장관은 14일 열린 후보자 청문회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현 지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다"며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울산 생활용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관련기관 간 협의를 통해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이 추진되도록 범정부적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도 장관의 발언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여년간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는 정권에 따라, 장관이나 문화재청장의 소신에 따라 뒤집히는 일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는 카이네틱댐 실패 이후 현실적 보존안이 급부상해 용역결과 타당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한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으로 여론이 집중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수위조절안이 부상하는 등  문제가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2000년부터 휘둘려온 보존안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 축조 후 침수를 거듭하며 훼손이 가속화됐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돼왔다. 2007년부터 문화재청과 울산시, 학계가 참여하는 대책회의와 공청회가 열렸지만 암각화가 침수되지 않도록 영구적으로 댐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문화재청과 식수 확보를 위해 댐 수위를 낮출 수는 없고 아예 생태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자는 울산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그 사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포함한 '대곡천 암각화군'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결국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2013년 6월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댐)를 세운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카이네틱댐은 모형실험이 모두 실패하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3년 만에 다시 암각화 보존 방안에 대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울산시는 지난해 9월 문화재청과 함께 용역비 1억1,000만원을 들여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관한 용역'을 전문 업체에 맡겼다. 이를 통해 '생태제방안' '수위조절안' '생태제방 및 여수로 높이조정안' 등 지금까지 제시된 방안들의 장단점과 타당성, 효과성 등을 검증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 냈다.
 
# "울산시민 물절약하면 가능" 황당 주장까지 등장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는 지역 현안에 대한 사전학습이 되지 않은 국회의원, 학계 등의 돌출발언이나 행보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갈지자 행보가 이어졌다. 실제로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봄 반구대 암각화에 다녀갔다.
 이 자리에서 울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 마련을 위한 기본계획수립 용역'에서 '생태제방안'과 '수위조절안' '생태제방 및 여수로 높이조정안' 등 총 6개의 보존방안에 대해 타당성 검토 등을 거친 결과 '생태제방안'이 반구대 암각화를 물로부터 완전히 격리해 보존할 수 있는 최적의 안으로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반응이었다.
 지난해 빗물저수조와 물절약 양변기 논란의 주인공인 민주당 소속 손혜원 의원은 수위조절안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문화재위원회에 여러안을 같이 상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현실을 모르는 일부 의원의 탁상공론식 보존해법은 반구대 암각화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손 의원은 빗물저수조 등 물 절약 방안을 반구대 암각화 보존해법으로 주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특히 국회 교문위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안으로 '절수 변기'를 설치하자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손 의원은 토목상하수도 전문가인 한무영 서울대 교수를 증인으로 초청해 이같은 요지의 의견을 발표했다. 한 교수는 당시 절수 변기설치와 빗물 저장시설 등을 활용해 물 사용량을 줄여 사연댐 수위를 낮추자고 주장했다.
 그는 "울산 시민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80여ℓ로 세계 주요도시의 150ℓ보다 많다. 물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13ℓ변기를 4.5ℓ초절수 변기로 바꾸면 1인당 물 사용량을 40ℓ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울산시민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54ℓ에 그쳐, 17개 시·도 중 가장 적게쓰는 전남 240ℓ, 경남 244ℓ에 이어 전국 세번째로 물을 아껴쓰는 도시다.(환경부 '2014 상수도통계'·2015)
 
# "생태제방은 유네스코 등재 불가" 근거 없어
문화재청이 생태제방안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는 바로 유네스코(UNESCO)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조건에 위배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울산시의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치기도 한다.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 뿐만아니라 주변 경관을 포함한 것(대곡천 암각화군)을 원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원형보존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필수요건이라면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각석과 그 주변까지 원형보존이 안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문화재청이 단독으로 추진해 세계문화유산 예비목록에 등재한 '대곡천 암각화군'에 맞게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기준을 억지 해석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본보의 지난 2010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현지 취재에서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지정시 △독특한 예술적 혹은 미적인 업적이나 △일정한 시간에 걸쳐 혹은 세계의 한 문화권내에서 관련예술 또는 인간정주 등의 결과로서 일어난 발전사항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독특하거나 지극히 희귀하거나 혹은 아주 오래된 것 △중요하고 전통적인 건축양식, 건설방식 또는 인간주거의 특징적인 사례로서 자연에 의해 파괴되기 쉽거나 역행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 혹은 경제적 변혁의 영향으로 상처받기 쉬운 것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유네스코 관계자는 "세계문화유산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은 유산의 신뢰성, 유산보존관리 능력, 지역사회의 참여도, 모니터링 수행능력이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고, 원형보존에 대해서는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과학적인 검증을 거칠 경우 가능하다"고 전했다.
 지난 1965년 사연댐을 건설할 때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됐다면 당시에 얼마든지 댐 위치 변경이나 기타 논의를 통해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 잠기지 않도록 조치 할 수 있었다는 개연성을 외면한 사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 암각화 보존 근본적 문제에 집중할 때
반구대 암각화 보존해법은 지난해 이미 물막이댐이 실패한 만큼, 암각화 앞으로 물이 흐르지 않도록 80곒 앞에 생태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는 게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안이라는 게 울산시의 입장이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 식수로 공급하는 안이 최선이지만, 천문학적 배관망 사업비와 대구·경북권 합의가 전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청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암각화 보존문제는 10여 년을 끌어오고 있는 정부와 울산시의 대표적 갈등 현안이다. 시간을 끌수록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와 중구난방식 보존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울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물문제와 연계한 반구대보존안은 이제 철회되어야 한다"며 "이번에는 문제의 본질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집중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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