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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해묵은 현안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문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논의의 테이블에 올랐다. 올해 초 울산시가 문화재청에 제출한 '생태제방안'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가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 상태다.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심의의 핵심은 반구대 암각화의 포괄적인 보존방안이 아니라 울산시가 제시한 생태제방을 설치할지 아니면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암각화 보존 논의의 시작이 아니라 논의의 종지부를 찍는 자리라는 얘기다. 1990년대 후반,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가 첫 제기된 이후 20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돌고 돌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태제방안이 제시된 만큼 이번에는 가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2009년과 2011년 임시제방 설치안을 연거푸 부결시킨 바 있는 문화재위원회가 주문한 사연댐 수위조절안은 울산권과 대구·경북권의 물문제와 연계돼 있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무엇보다 생태제방안 외에 실현 가능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문화재위원들의 선택 폭도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생태제방안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구대 암각화 앞으로 흐르는 대곡천과 함께 주변 지형의 변화를 동반하는 문화재 형상변경 문제가 최대 고민거리다. 그렇다고 해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암각화가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탁상놀음으로 또다시 허송세월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20년간의 헛발질만으로도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모멸감이었고,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긴 선조들에게는 충분한 죄악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관한한 문제점 없는 완벽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존책의 맹점만을 붙들고 왈가왈부해서는 답이 없다는 얘기다. 이달 말로 예정된 생태제방안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부결'로 나올 경우, 암각화 보존 논의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20년 허송도 모자라 향후 10년을 다시 허비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결정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꽂힌다. 최근 문체부 장관이 후보자 청문회 때 언급한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은 이미 실패한 사안이고 다시 추진할 시간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문구는 사람에게나 적용할 얘기다. 반구대 암각화의 가장 좋은 보존책은 '가장 빠른 보존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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