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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개헌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약속한 뒤 반쪽짜리 지방자치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지자체들의 분권개헌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시·도지사가 참석하는 제2국무회의 신설을 비롯해 중앙사무의 지자체 이양을 위한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상향 조정, 자치입법권 확대,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분권 논의는 정치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활발한 반면, 지방자치의 한축인 지방의회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게 사실이다. 분권개헌을 통해 강화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에 비례해 지방의회의 감시·견제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최근 울산시의회를 비롯한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분권 강화에 걸 맞는 역할을 위해 광역의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정치권을 대상으로 입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본보는 울산시의회를 중심으로 지방의회 발전 방안을 점검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한다. 편집자

사실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다 좌절된 해묵은 제도 개선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비롯해 보좌관제 도입, 지방의원 후원회 허용, 인사권 독립, 집행부 감사기능 의회 이관, 자치법규 제정 범위 확대, 자료제출 요구 거부 시 제제조치 법적 근거 마련, 회기 완전 자율화, 행정사무감사 기간 자율결정, 인사청문회 도입 등 대강 추려도 10가지나 된다.

부단체장·지방공기업사장 등 대상 실시
필요성 인정불구 인사권 직결 합의 난항
부적격 의견 단체장이 채택 안하면 그만
서울·경기 등 도입 의회 이미 무용론 대두
국회 계류 개정안도 법적 구속력은 없어

# 문재인 정부 연방제 수준 '자치 분권' 약속
이들 지방의회 발전 방안 중 울산시의회를 포함한 전국 시·도의회가 분권개헌 논의에 맞춰 마련한 '광역의회 선진화 방안'은 △인사청문회 도입 △정책보좌관제 도입 △인사권 독립 △광역의원 후원회 허용 등 4가지다.
 하지만 제도 도입의 회의론과 시기상조 논란 등으로 쉽사리 넘어갈 수 있는 게 단 한 가지도 없다.
 인사청문회 도입의 경우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단체장이 가진 인사권과 직결된 사안이라 합의점 도출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부단체장과 지방공기업 사장 등을 인사청문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지방공기업 사장의 경우 현 제도 하에선 추천후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단체장의 보은·정실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지방공기업의 부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시의회의 입장이다.
 또 부단체장은 단체장의 궐위나 사고 시 단체장 역할을 당상 정도 대신하기 때문에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인사청문제도 도입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지방의회, 내년 개헌 앞두고 정치권 대상 입법화 박차
문제는 현재의 지방의회 여건 하에서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느냐다.
 지방의회가 막강한 권한을 쥔 단체장의 눈치를 살피는 현재의 예속된 구조에서 인사청문회를 도입한다 해도 통과를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민선6기 출범에 맞춰 이미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경기도와 대전, 인천, 강원, 광주, 서울시의 경우 의회가 단체장의 거수기로 전략한 모습을 적지 않게 보이면서 '인사청문 무용론'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방공기업 사장과 부단체장 임용은 단체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지방의회가 인사청문 결과문에 부적격을 적시해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인사청문 결과가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인사청문회 도입과 함께 인사검증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보좌관제 도입과 의회 인사권 독립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검증 부실로 인한 요식행위라는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다.
 지방의회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위해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공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단체장의 고질적 인사병폐를 막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속력을 갖는 규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개정 법안에선 단체장은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방의회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인사청문회 절차·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시·도의회에서는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 내용을 보완하는 등 근거 법률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시철 울산시의회 의장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라도 시와 협의를 통해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시민이 원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비된 법 제도와 관련해선 "절대적인 구속력을 부여할 수는 없겠지만,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인사청문회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성환기자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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