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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열 울주군수

비바람이 험한 날을 택해 둥지를 짓는 새들이 있다. 휩쓸릴 걸 몰라서가 아니다. 악천후에 무너짐을 반복해 지은 둥지가 나중에 더 큰 폭풍우가 몰려와도 굳건히 새끼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위기를 통해 더 강한 생존력을 키우는 실제 사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고난과 아픔을 통해 더 단단해진다. 극복해본 사람은 안다. 위기는 성공으로 가기 위해 하늘이 내린 지름길이라 것을. 지금 힘겨운 상황에 처한 우리 군의 농업에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지난해 10월 우리 군은 태풍 차바로 인해 큰 수해를 겪었다. 올해는 한시름 놓는가 했더니 이번엔 사상 최악의 가뭄과 폭염으로 한해(旱害)가 덮쳤다.
 우리 군은 가뭄 피해 해소를 위해 올해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관정개발과 양수장 설치 등에 최선을 다했다. 현장에 나가 쩍쩍 갈라터진 논에 물을 공급하는 데 '마른 논에 물붓기'라는 속담이 왜 있는지 절감했다. 메마른 눈에 물을 한정 없이 들이부어야 하는 것이었다. 효과는 있었지만 매년 이런 식의 지원이 되풀이 되는 것은 예산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제 더 이상 자연재해 앞에서 하늘을 원망하고 행정의 대책만 기대하고 있어선 안 된다. 행정의 노력과 사람의 힘에도 한계가 있다. 또,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기적인 대책은 그야말로 '마른 논에 물 붓기'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어려운 시기에 농업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 생명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변화가 절실하다.
 게다가 쌀 과잉 생산으로 가격은 떨어지고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가뭄 대응책으로 벼농사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다.

 우리 군은 이같은 복합적인 악조건을 극복하고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 방안을 세웠다. 벼 대신 가뭄에 강한 대체작물을 키워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대체농업활성화 사업을 내년부터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한다.
 첫째, 가뭄지역에 벼 대신 다른 작물로 전환 재배할 경우 손실 보전을 지원한다. 때마침 정부도 타 작물 전환을 지원하는 '쌀생산조정제'를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 시너지 효과를 높이게 됐다. 
 둘째, 타 작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종자대와 기계, 보관과 저장 시설을 위한 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다. 벼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밭작물로 전환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들이다.  
 셋째, 고소득 대체작물을 발굴하고 육성해 나갈 것이다. 특히 가뭄 상습 농지에는 옥수수와 양파, 와송 등 재배단지 조성을 추진한다. 우리 군 지역 특성에 맞는 대체작물을 계획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넷째, 로컬푸드와 연계해 이들 작물에 대한 가공산업과 판로 확대도 지원할 방침이다. 농산물은 생산만 잘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잘 팔려야 소득도 올리고, 소비자들도 싸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원한다.

 이런 지원책을 가만히 앉아서 울면 지원해 주는 '시혜성' 정책으로 인식해선 절대 안 된다. 기존 농작물을 과감히 접고 대체농법을 시도하면서 들어가는 손실과 다양한 비용을 보전해 주겠다는 의미다. 이 지원은 변화에 기꺼이 도전하겠다는 사람들의 몫이다.
 특히, 농민들은 전통적인 쌀농사만 고집할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며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수 십 년 쌀농사를 접고 다른 것으로 바꿔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들고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군에는 성공 사례들이 많다. 웅촌의 옥수수 작목반은 FTA에 대비해 지난 99년부터 쌀농사 위주에서 타 작물로 전환 재배를 해왔다. 10년 넘는 꾸준한 노력으로 옥수수와 김장채소 등의 2모작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 쌀농사 대비 10배 넘는 소득을 거두고 있다.
 울주군 삼동면 옥수수 작목반도 지역 대표 작물인 찰옥수수를 수확하자마자 바로 삶아 진공포장해 만든 '바로맛콘'을 올해 처음 출하해 기대 이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간이 자연현상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러나 거친 환경에 적응하며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더욱 강인해질 수 있다. 지금의 이 어려운 시간이 농업의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골든타임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비바람에 속에 어렵게 튼 둥지가 태풍에 더 강하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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