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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사회부

외계인과의 소통을 다룬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에서 외계인과 지구인의 삶을 해피엔딩으로 이끈 키워드는 '넌-제로섬(non-zero-sum)'이다. 제로섬 게임은 한쪽이 얻는 만큼 다른 쪽은 잃는 역의 상관관계다. 반대로 넌-제로섬 게임에서는 이해가 상반되지 않는다. 아무도 지는 사람이 없고, 결과가 무로 돌아가지 않는.

 요즘 울산교육계에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최유경 울산시의원이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고 울산교총이 이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6월 우신고의 학생인권 침해 논란에 대한 대책으로 조례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표해 놓고도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땜질식 방편이었던 셈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논리로는, 지금도 학생들이 권리와 인권을 내세우면서 걸핏하면 핸드폰 촬영과 SNS 활용으로 '삐딱하게' 나가는데 학생인권조례까지 제정되면 이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꽤 많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다. 요즘 학생들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오죽하면 농담삼아 '북한 김정은이 우리나라 중2들 무서워서 안내려온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때문에 학생인권조례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넌-제로섬 게임을 떠올려보자. 넌-제로섬 게임은, 전체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제로섬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 양방의 이득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결국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한마디로 학생들에게 자기결정권을 주는 일이다. 자기결정권을 가진 학생은 자기존중감이 높게 마련이고, 행복감도 넘친다. 그러면 교사를 선생님으로서,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태도도 길러질 수 밖에 없다. 시교육청의 교육지향점도 '행복교육'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내가 입을 옷을 내 손으로 고르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스스로의 삶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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