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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을 견디다 못한 한국 대기업들의 현지 탈출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재계의 이목이 현대차로 쏠리고 있다. 현대차 역시 중국판매가 반토막이 난 만큼 당장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사드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8월 중국 내 판매량은 5만3,008대로 작년 8월(8만2,025대)보다 35.4% 감소했다.
 '사드 갈등'으로 지난 3월 이후 망가진 중국 시장 상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의 중국 파트너 베이징기차와의 '갈등'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현대차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기차는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와의 합자 관계를 끝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기아차도 같은기간 4만2,091대에서 2만3,002대로 45.4% 줄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현대·기아차 중국 내 누적 판매량(57만6,974대)도 지난해 같은 기간(104만3,496대)보다 여전히 44.7%나 적은 상태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현대차도 중국 내 판매 부진과 중국 합작 파트너와의 갈등 심화 등으로 결국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중국 현지 사업이 뿌리째 흔들려온 한국기업들은 중국 사업 철수와 구조조정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롯데마트 외에 중국에 진출한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현재 중국에 유통, 제과, 음료, 화학 등 22개 계열사가 진출해있다.

 일각에서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현지 법인 매각설도 나오고 있다.
 이들 업체는 사드 사태에 앞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해왔다.
 롯데제과는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롯데아이스산둥 법인을 지난 6월 중국 회사에 400만위안(약 7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중국 법인의 공장 일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도 이미 철수를 결정했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지속해 현재 매장은 6곳만 남았으며, 연내 철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판매 부진과 파트너와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이마트나 롯데마트처럼 결국 중국 시장 철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기아차의 제1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당장 철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세계 전체 판매량(내수 포함)의 각 23.5%(114만2,016대), 21.5%(65만6대)를 팔았다.
 현대·기아차만 바라보고 중국에 함께 진출한 부품업체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145개 우리나라 업체(조합 회원사 중)가 289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120여 개 업체가 현대·기아차와 함께 중국에 동반 진출한 업체다.

 현대차 측은 "구체적 합자 계약 조건을 밝힐 수는 없지만, 대부분 50 대 50 비율 글로벌 합자회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합자 종료에는 양측의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한쪽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합자 관계를 깰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장 현대차의 철수가 어렵다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 베이징기차와의 갈등을 줄이려면 현지 한국 부품업체-중국업체간 합자를 늘리거나, 현대모비스와 베이징기차의 부품 합자회사 설립 등을 생각해야할 시점"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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