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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교육계의 최대현안인 교육연수원 문제가 교육 당사자들의 현안을 넘어 지역문제로 확산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동구 구화장장 부지에 교육연수원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나온지 벌써 수년이 지났고 된다, 안된다, 와야한다, 못간다로 허송세월을 한 것이 수년째다.

최근 울산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는 쟁점이 됐다. 당시 강대길 시의원은 울산시교육청이 당초 약속대로 동구에 교육연수원을 지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류혜숙 교육감 권한대행은  "그럴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며 전면 거부하기도 했다. 류 권한대행은 교육청이 현재 추진 중인 연수원 이전 절차는 동구와의 협약 파기라며 중단하라는 강 의원의 요구에 대해 "양 기관이 맺는 이전 지원약정서 내용과 달리 아직 교육연수원 이전 부지 배치조율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구청이 교육청과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옛 화장장 부지에 복합문화관 건립을 위한 도시계획 시설결정을 추진한 것은 동구청 스스로 먼저 약정을 파기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책임을 동구로 돌렸다. 그는 이어 "교육청은 협약 준수 촉구를 위해 기관장 간담회를 제안했으나 동구청은 거절했고, 울산시 중재에도 원만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교육청은 지난 6월 22일 교육연수원 이전을 울산 전역으로 확대하는 새 이전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 로드맵에 따라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 교직원 설문 등을 추진해 현재 최종 입지 선정단계이므로 연수원 이전 절차를 현 시점에서 중단할 수가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교육연수원 이전 문제는 이제 이달 말 최종 이전지 확정을 앞두고 있다. 상황이 동구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동구청과 동구지역 정치권 등 지역 여론이 울산시교육청을 향해 날을 세우는 양상이다. 울산교육연수원 이전 사업이 또다시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2008년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후 10여년 동안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면서 현재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실제로 지역 정치권은 울산시교육청이 요청한 연수원 이전 설계비를 삭감하고 2012년 체결한 시교육청과 동구의 협약 이행 요구 목소리를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차기 교육감에게 이전 사업을 넘기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수원이 공공기관으로서 동구지역에 큰 실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여론과 함께, 동구 대왕암 공원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동구로의 이전만 고집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보다 하루 빨리 이전이 이뤄져 교육계 현안 해결은 물론 동구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교육계와 동구지역민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많은 시민들은 왜 동구가 교육연수원을 두고 이처럼 목을 매는지 정말 뒷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한 기관유치라는 명분도 그렇다. 울산교육연수원이 동구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교육연수원이 교육계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되어도 된다는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관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15일 3차 입지선정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5곳의 입지 후보지 중 2곳을 선정했다. 이날 위원회는 입지 선정 기준으로 △위치적인 여건 △크기 및 외형 △지역 및 토양환경 △대기 및 주변환경 △재정적 타당성 △교직원 설문조사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6개 항목은 각자 20점이 부여돼 총 120점을 만점으로 평가를 통해 총점이 높은 1, 2위로 압축했다. 지난 달 입지선정위 2차 회의를 통해 기존 19곳에서 5곳으로 좁혀진 이전 후보지는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517(행복학교 인근) △남구 옥동 산 39-11(울산교육연구정보원 인근) △남구 야음동 28(태화중학교 인근) △동구 방어동 482(상진초등학교 인근, 문현삼거리) △북구 정자동 272(구 강동중학교)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달 중으로 자체 정책회의를 열어 2곳 중 1곳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교육연수원 이전 사업을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사업 추진을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울산시의회는 지난 7월 1회 추경에서 교육연수원 설계비(9억 3,000만원)를 한차례 삭감한데 이어 9월 2회 추경에서도 또 다시 전액 삭감했다. 연수원 이전과 관련된 예산확보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내년도 지방 선거를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차기 교육감에게 결정권을 넘길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문제의 핵심은 교육계의 숙원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는데도 지역간 유치경쟁과 지역의 이해가 맞물려 교육연수원이 볼모로 잡혀버린 꼴이라는데 있다. 이를 벗어날 때 교육연수원은 그 본질에 맞게 제대로 건립될 수 있다. 어느 곳에 들어서느냐가 아니라 교육계가 어느 곳을 선택하느냐에 무게 중심을 두고 그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는 이 문제에서 빠져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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