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피아노 듀오'
함께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피아노 듀오'
  • 울산신문
  • 승인 2017.09.20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아름 피아니스트

며칠 전 피아노듀오 연주회를 마쳤다. 피아노 듀오연주는 피아니스트 둘이서 각각 한대의 피아노 그러니까 피아노 2대를 함께 연주하는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나 한대의 피아노에 둘이 같이 앉아 '네 손을 위한' 작품을 연주하는 무대이다. 나는 피아노듀오 '아인'이라는 팀으로 연주하는데 나의 파트너를 만난 지도 벌써 10년을 훌쩍 넘어 20년이 다되어간다.

 매년 겨울 대학입학 실기시험이 있는 날은 왜 그리도 추운지…. 어김없이 추웠던 그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대기실에서 멍하니 앉아 기다리고 있었던 나와는 달리 모자가 달린 카키색 롱코트를 입고 한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려 재잘거리던 그녀의 모습이 그리고 그걸 멀리서 바라보던 내 모습이 너무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영화 속의 한장면처럼 또렷하게 생각이 난다. 그날이 내가 그 친구를 처음 본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여럿이 함께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만 내 눈에 보였던 것도 그리고 지금도 그 장면 속에 그 친구만 생각이 나니 말이다. 대학에 들어가 어쩌다 친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피아노듀오를 해보겠다고 10년 가까운 유학시절을 함께하면서 많은 일들을 견뎌내고 피아노듀오 공부를 해냈다. 

 피아노듀오는 '실내악=챔버뮤직,앙상블'에 포함되는데 이렇게 같은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2중주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피아노 트리오', 바이올린 2대와 첼로, 비올라가 함께하는 '현악4중주=스트링 콰르텟', 현악4중주에 피아노가 곁들어지면 '피아노5중주=피아노 퀸텟'이 되고, 관악기들의 편성에 따라 '목관5중주, 금관5중주'로 나뉘게 되며 이외에도 다양한 편성들이 있다. 이런 다양한 편성과 수많은 작품들이 보여주듯 연주자들에게 실내악은 솔로 곡을 연주 할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는 매력적인 분야이다. 특히나 절대적인 솔로악기인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더욱더 그럴 것이다.

 한국은 솔로연주만을 위한 과정이 대부분이라 아직까지도 낯설긴 하지만 유럽에서는 전문적인 피아노듀오 과정이 있는 학교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피아노듀오, 피아노트리오 등의 팀별과정과 독일가곡, 오페라, 기악 반주로 세분화 되어 있는 피아노 반주과는 이미 대부분의 학교에 오래전부터 전문화된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솔로나 반주와는 달리  피아니스트2명이서 팀을 이루어 연주하는 듀오는  함께 공부해서 졸업하고 활동하기가 힘들다보니 대부분 가족이거나 부부가 많이 듀오를 하게 된다. 함께 연주하고 싶어도 음악적 성향이 비슷하거나 맞춰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정말 많이도 싸웠는데 처음엔 서로의 파트에 대한 논쟁을 하기 시작하여 시비가 붙다 나중에는 정말 사사로운 일 까지 들먹이며 싸우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 다 어렸고 힘들었지만 너무도 열정적이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이번에 연주했던 곡 중에 모차르트<W.A. Mozart:1756-1791>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Sonata fur Zwei Klaviere D-Dur KV.448'는 우리가  듀오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배웠던 곡이고 수많은 듀오 콩쿨에 지정곡으로 나오는 마치 입시 곡과 같은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듀오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 곡 안에 그대로 녹아 들어있어서 너무도 애착이 가는 곡이다. 모차르트가 가르치던 학생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서 작곡한 곡으로 모차르트가 남긴 많은 듀엣 곡 중에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유일한 소나타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입시를 준비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찌나도 이 곡이 어렵게 느껴지던지 밤늦게 사일런트 피아노 앞에서 인상을 팍 쓰고 연습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나를 툭툭 치면서 잠깐 이리 와서 이것 좀 보란다. '노다메 칸타빌레'란 일본 드라마인데 엘리트 음대생 치아키와 특이한 음대생 노다메가 음악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내용이다. 마침 그 회에 주인공 둘이서 우리가 연습하는 모차르트의 곡을 연습하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둘이서 그걸 보고  흥분하며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 떠들어대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그렇게 쳐 보고 싶어서 연습실로 뛰어갔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모차르트 악보에는 선생님이 그려준 첫 장의 스마일표시와 그 친구가 없었으면 절대 해낼 수 없었던 우리만의 모차르트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누군가 말했었다. 나도 이곡이 너무 좋아 악보까지 샀지만 함께 연주 할 사람이 없어서 쳐보지도 못하고 있다며 당신들은 참 럭키하다고…. 어려서, 몰라서, 용감했던 그 시절의 열정과 함께여서 가능했던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지는 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