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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남구 삼호동과 중구 태화동 일대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으로 자칫 까마귀떼의 서식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년 겨울철 철새도래지인 삼호동 일대 송전선로 에서 휴식을 취하는 떼까마귀의 서식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앞으로 사라질 송전선로 대신 떼까마귀가 머무를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21일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에 따르면 매년 겨울철이면 평균 7~8만 마리에서 많게는 10만여 마리의 떼까마귀가 울산 남구 삼호동을 찾는다.

 떼까마귀들은 낮에는 울산, 경주 등지로 먹이를 찾으러 떠났다가 해질녘이 되면 삼호대숲 인근으로 일제히 모여 하늘에서 군무를 이루다가 숲으로 들어가 밤을 보낸다. 까마귀 습성상 발에 알맞게 물리는 전깃줄, 나뭇가지 등에서 앉아 쉬게 되는데, 겨울철 해질녘이면 삼호동부터 태화동 사이를 가로지르는 송전선로 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떼까마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탓에 삼호동 주민들은 까마귀 배설물 피해, 조망권 피해 등을 입으면서 떼까마귀가 불청객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겪어왔다. 이에 주민들은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으로 떼까마귀에 의한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조류 전문가들은 갈 곳 잃은 까마귀들이 오히려 주택가 곳곳으로 들어가 피해가 확산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까마귀가 낮동안 머무를 만한 새로운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박사는 "까마귀들이 사라진 송전선로 대신 주택가 곳곳으로 들어가 머무르면서 오히려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삼호 철새마을 등에 까마귀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인공나뭇가지 등 새로운 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지중화 사업 후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시설 마련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작단계에 있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이 마무리 된 후 상황을 지켜보고, 시설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토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울산시는 한전과 합동으로 삼호동과 태화동을 지나는 총 1.9㎞ 구간의 송전선로를 가로세로 2m 콘크리트 박스를 설치해 지하에 매설하는 지중화 사업을 오는 2022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조홍래기자 usjhr@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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