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 맑은 물 공급 문제가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또다시 수위조절안 카드를 내밀어 무책임한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말 저수율이 바닥난 사연댐 모습. 울산신문 자료 사진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맑은 물 공급 문제가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백지화된 수문설치안을 재등장시켰고, 진전없는 맑은 물 공급 대책을 다시 언급하며, 낙동강 물은 먹지 않게 해달라는 울산에 낙동강 원수 사용료 지원을 제시했다. 울산의 청정수원 확보의 길을 막고 시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정부의 이 같은 무책임한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회가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협의회에는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한국수자원공사, 울산시가 참여했다.


 지난 7월 문화재청의 생태제방 축조안 심의 부결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 마련에 실패하고, 식수전용 댐인 사연댐 취수 중단이라는 최악의 물 부족 사태까지 발생한 울산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그러나 회의는 수년 동안 뚜렷한 대안 없이 이어져 온 논쟁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날 문화재청은 사연댐에 수위조절안의 한 방법으로 수문설치를 제시했다. 수위조절로 줄어드는 맑은 물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암댐을 용도전환하고, 청도 운문댐의 여유량을 활용하자고 했다.
 문제는 이 방안들은 10년이 넘는 반구대암각화 보존 논의 과정에서 무산됐거나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확인됐다는 점이다.

수질 나쁜 낙동강 원수 공급 안받으려
울산시 수위조절 원상 회복 요구 불구
현실성 없는 대암댐 식수전환 또 제시
가능성 희박한 운문댐 물 공급 방안도
암각화 보존·맑은물 정책 제자리걸음


 수문설치안은 수문을 통해 홍수나 폭우 등 긴급상황에 물을 신속하게 방류,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암각화 보존방안이 수립될 때부터 거론됐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대암댐과 운문댐에서 맑은 물을 끌어오자는 계획도 현실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계획은 정부가 2009년 발표한 2025 전국수도정비 기본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부족한 용수 12만t에 대해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을 추진, 공업용수 전용댐인 대암댐을 생활용수로 전환해 5만t을 확보하고, 운문댐에서 7만t을 가져오자는 것이다.
 운문댐의 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대구권의 취수원을 구미로 옮기는 대구·경북권 맑은물 공급사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대구와 구미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최근 이상기후 등으로 가뭄이 지속되고, 지자체마다 시민들의 1일 물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어 입창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암댐 용도방안도 이미 지난 2003년 한국수자원공사가 검토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수계에서 유입되는 자체 청정수원이 적어 수질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 2009년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했지만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암댐을 식수댐으로 전환해도 갈수기인 2~5월에는 용수공급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암댐의 가용수심이 4m에 불과하고, 유효저수량도 적어 상수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두 달 넘게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부족한 청정원수 확보를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한 울산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또 울산시가 심각한 물 부족 해결을 위해 요청했던 사연댐 수위조절 원상회복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문화재청 등은 지난 2014년 8월 임시 가변형 물막이(카이네틱) 공사를 이유로 사연댐의 수위 60m에서 48m로 한시적으로 낮췄다.
 이 공사가 지난해 실패로 끝났음에도 식수를 공업용수로 흘려보내는 수위 조절은 계속됐고, 올해 52년만의 사연댐 취수 완전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이날 문화재청 등은 기존 48m 수위를 52m로 올리자고 울산시에 제안했다. 52m일 때 암각화 아랫부분이 침수되기 때문에 수위조절을 계속하자는 것이다.
 사연댐은 저장수량이 아래는 적고 위에는 많은 깔때기 구조라 수위가 4m 증가하더라도 청정원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48m일 때 유효저수량은 11.9%에 불과했는데 52m로 높여도 30%에 그친다.
 이런 현실성 없는 대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조절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울산시가 사용하는 낙동강 물 하루 3만t에 대한 이용부담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울산시가 수질이 좋지 않은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지 않기 위해 수위조절 폐지를 요구를 해 왔다는 점에서 문화재청의 이 같은 제안은 식수 부족난에 시달리는 울산 시민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수위조절안은 지역의 청정원수를 포기하고 수질이 낮은 낙동강 물을 계획 먹으라는 것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창훈기자 usjch@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