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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울산시에 지원한 배당금이 9억 8,300만원, 세종시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울시에 할당된 금액은 울산시보다 50배달하는 500억원 규모다. 수치만 놓고 보면 울화통이 치밀지만 현실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곽상도 의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부터 제출받은 '2017년 문화예술위원회  지자제 지원금 지원현황(8월)'에 따르면, 정부지원금 1,090억600만원 중 서울에는 전체의 34.06%인 478억6,000만원이 지원됐고, 경기(44억2,800만원, 3.15%)와 인천(69억5,900만원, 4.95%) 등 수도권 지역에 지원된 액수는 전체의 42.1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전국 공통사업 명목으로 지원된 예산 314억7,953만원의 대부분이 사실상 서울, 경기, 인천에 지원(300억6,173만원)된 것을 고려하면, 수도권 지역에 지원된 액수는 전체의 약 6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지원은 미미했다. 특히 울산은 불과 0.96%(9억 8,300만원)으로 수도권에 비해 완전히 천대받는 수준이었다. 곽 의원은 "정부는 소외받고 있는 지방의 문화·예술을 살리려는 취지로 각 지자체에 지원되고 있는 정부지원금이 이미 충분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수도권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배분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울산은 고개가 숙여진다. 익히 알고 있지만 울산이 전국 주요 대도시 가운데 교육·문화시설 낙후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울산과 부산, 대구 등 영남권 대도시가 교육·문화 관련 시설 투자에 가장 인색하다는 사실은 해마다 국감 때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제주도가 문화시설이 가장 잘 갖춰진 지자체로 꼽히고 울산은 꼴찌 수준이다.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 같은 교육·문화시설은 한 도시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인구 1인당 공장굴뚝 수를 조사하면 울산이 전국 1위를 차지할 것은 분명하다. 물론 공장도 필요하다. 아니, 공장 굴뚝 수가 많다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랑거리다. 울산은 그동안 국가경제를 먹여 살렸고 오늘의 번영을 가져온 일등공신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희생에 걸맞게 정부는 울산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부의 획득이 가져온 폐해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 울산은 너무나 천박한 도시다. 천박함이 지나쳐 시궁창 냄새가 밤마다 이 도시에 넘쳐흐른다. 울산이 근대화의 기수로 대한민국 성장기의 중심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군사 경제적 요충지로 거론된 울산은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의 탁자위에서 군화발에 찍혀 삽질이 시작됐다. 물론 국가적으로 울산의 산하를 갈기갈기 찢어 놓은 대가는 컸다. 배고픔이 사라지고 자동차를 만들고 세계 제일의 조선소도 가졌다. 시커먼 석유화학 단지의 매연에 시민들의 가슴은 하얗게 변해갔지만 희생 없는 성과는 없는 법이니 그 정도쯤이야 '국가' 발전의 씨알에 불과했다. 배고픈 서민의 고통은 모른 체하고 대충 넘어갔지만 서민의 고통 위에 배부른 돼지는 살을 찌웠다. 단순히 부의 고른 분배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공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나 사람간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인륜과 도덕성의 황폐화는 근대화의 메카가 남긴 배설물이었다.

 그 배설물이 썩어 도시의 거름이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썩은 배설물은 정신까지 황폐화시켜 온갖 천박한 하류문화로 분칠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삼산에 즐비한 모텔촌이다. 도시의 외곽도 아니고 한 때는 울산의 철도관문이었던 곳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륜과 쾌락이 성전처럼 불빛을 토해낸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 새로운 관문이 된 KTX 울산역에는 천혜의 영남알프스가 외지인을 유혹하지만 휑하니 무인텔만 네온사인을 밝히고 있다.

 며칠전 끝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현장에서도 옷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전국을 넘어 세계인을 불러 모은 울주군이 영화제의 웅대한 기획을 연출했지만 산악영화제 바로 옆에서는 1인1실의 비밀 커튼이 드리워진 무인텔이 호황을 누리는 황당한 현장이 생생하게 연출되기도 했다. 물질은 풍족해 넘쳐나지만 정신이 황폐한 천박한 도시라는 사실은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이 꼴찌라는 사실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으로 짓는 시립도서관을 석유화학공단 경계선에 세우고, 비판 여론이 들끓자 과거 그곳이 분뇨를 처리하던 똥더미였고 이를 복원하는 시설이 도서관이니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떠드는 인사가 울산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는 사실이 생생한 증명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문화부문에서 울산은 언제나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울산의 문화기반을 제대로 만들고 미래를 위한 도시의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문화는 도시의 영혼이다. 영혼의 그늘은 금방 드러나지 않지만 그 도시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빛으로 세상에 투영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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