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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사실상 불가피해지면서 지역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FTA 개정이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자동차업계와 철강업계가 고관세 협상 테이블에 올려지게 된다. 또 이들 업계에 관세철퇴가 내려져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 최악의 경우 대미 수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생산 물량을 미국 현지 공장으로 돌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지난해 기준 대미 수출 비중 33.2%
 관세 부활할 경우 가장 큰 타격 우려
 경쟁력 회복 현지 공장 증설 가능성

●철강
 2004년부터 WTO 무관세 원칙 적용
 반덤핑·비관세장벽 활용 배제 못해
 구체적 내용 나올때까지 신중론 입장


# 무관세 車산업, 벌써부터 핵심 이슈
한미 FTA의 개정은 자동차 산업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트럼프 정부가 불공정 무역의 대표 사례로 지목한 바 있다보니 벌써부터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가 무관세다. 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본·유럽산 자동차에는 2.5%의 관세가 붙는다.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일본·유럽산에 비해 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FTA에 따라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4년간 유지하다가 지난해 폐지했다.
 미국의 의지대로 협상테이블에서 자동차 관세가 부활하면 국내자동차의 대미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큰 만큼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의 미국 수출 비중은 33.2%(33만5,762대)에 달했다.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에 파는 자동차 3대 중 1대 이상이 미국으로 간 셈이다.


# 픽업트럭 시장 이미 빨간불
현대차의 미국 픽업트럭 시장 사업에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미국 쪽에서 FTA 개정을 빌미로 당초 계획했던 픽업트럭 수입 관세 축소를 이행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탓이다.
 미국은 FTA 체결 당시만해도 미국으로 수출하는 픽업트럭에 물리는 관세 25%를 오는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픽업트럭이 강세인 시장이다. 현대차도 지난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공개하며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저울질해왔다.
 업계에선 이르면 내년이나 2019년부터 현대차가 양산형 픽업트럭을 선보일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높은 관세율로 장벽을 친다면 현대차가 도저히 뛰어들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높은 관세장벽을 넘기 위해 한국 생산 물량을 다른 해외 공장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업계 전문가는 "최악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공장 증설을 해 가격경쟁력을 회복해야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나 설비를 늘리거나 신규 공장을 짓는데 노조와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 측도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 협상 추이 지켜보는 철강업계
철강업계도 자동차와 함께 FTA 재협상 대상군으로 지목된 이후 숨죽이고 지켜보는 중이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제품은 한·미 FTA와는 별도로 지난 2004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국간 체결돼 있는 무관세 원칙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개정협상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혹은 비관세장벽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의 철강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전체매출 가운데 4% 이상을 미국에서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의 통상압박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만큼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업체 측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 전문가는 "철강 무관세와 한·미 FTA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그러나 향후 미국 측에서 어떤 내용을 들고 나올지는 신경 써서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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