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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바로 새 정부가 추구하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가 그 중심이다. 신고리 공사 재개를 결정한 공론화위원회는 권한 밖에 있던 원전로드맵에 대해서도 권고라는 형식을 통해 원전 축소를 주문했다. 이는 탈원전을 가치로 내세운 새 정부의 기조와 들어맞는 것으로 앞으로 건설 예정이었던 신규 원전은 물론 노후 원전의 운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탈핵기조의 에너지정책 기조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 결정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면서도 신규 원전 중단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 정책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히고 "공사중단이라는 저의 공약을 지지해주신 국민께서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고 대승적으로 수용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와 관련해 "공론 조사 관련 후속조치는 물론 에너지전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 발표에 따른 행정 절차 등을 철저하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부도 최근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석탄발전의 친환경화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재확인한 바 있다. 결국 기존에 추진 중인 원전이나 기타 발전소의 추진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이 확정된 것은 모두 6기다. 경북 영덕에 천지1·2호, 경북 울진에 신한울 3·4호기, 아직 부지·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2기 등이다. 산업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는 별도로 이 신규 원전 6기 건설은 백지화하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 원전 10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할 계획이다. 현재 수명 연장 운영으로 소송 중인 월성1호기와 2029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10기)은 조기 폐로될 것으로 보인다. 노후 원전 10기는 고리 2~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 등으로 가장 먼저 수명 만료일이 도래하는 원전은 고리2호기(2023년 8월)이다.

수명 만료일이 문 대통령 임기 이후지만 정부는 연내 발표 예정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 수명연장 불허 방안을 못 박기로 했다. 천지1·2호기는 지난 6월 환경영향평가 용역과 부지 매입을 중단했다. 신한울 3·4호기 역시 지난 5월에 설계 용역을 취소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아직 인허가를 받지 못한 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전회사와 협의할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신규 원전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불허를 강하게 추진하는 것은 전력 수급에 큰 영향이 없다는 판단에 근거해서이다.  결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 로드맵은 오늘 열리는 국무회의에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한 원전 비중 축소 방안 등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상정해 후속 절차 마련에 본격 나서는 것으로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약이나 국정과제 등으로 제시된 에너지전환 정책을 구체적인 정부 방침으로 확정하고 관련 행정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대로 탈원전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새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사용했고 반대 목소리를 감안해 공론화위원회라는 미증유의 기구를 만들어 여론정치에 나섰다. 그 결과는 예상과 달리 공사재개로 기울어졌지만 발표 이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와 탈원전 정책은 별도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탈원전 지속을 정책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과련,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은 여러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 그는 결과 발표 직후  "공론화위의 권고 가운데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뿐 아니라 원전을 축소해가고 안전기준을 강화하며 신재생 에너지 비중 늘리고 사용 후 핵원료 해결방안 빨리 마련하라는 등 에너지 정책관련 보완 권고를 충분히 수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의지도 탈원전 대오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안전한 에너지를 얻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이는 어느 정부에서나 함께 추구해야할 궁극의 가치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해 있는 문제와 원전에 대한 안전성의 객관적 검토는 분명히 다른 문제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순리다. 탈원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원전산업을 무력화하는 편가르기식 정책 추진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은 무엇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결정해 주길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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