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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미술과 수학이 반대적인 요소를 지닌 학문이라 생각한다. 흔히들 '수학'을 떠올리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냉철한 느낌을 떠올린다. 반면 '미술'의 이미지는 감성적이고 비이성적인 느낌을 준다.
 이렇게 상반된다고 여겨지는 두 학문에서도 수학적인 요소, 혹은 미술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미술에서는 수학을 활용한 부분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를 잘 이해하면 미술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림을 배운 사람들은 대부분 인물화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유는 동작이나 표정 그리고 얼굴과 인체에 나타난 정확한 비율, 그리고 그 비율을 조금씩 변형해 실제 인물과 더 닮게 나타내고자 하는데 닮게 그리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그림을 가르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인체의 비율들이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물을 그려 보게끔 하면 발을 작게 그리거나 팔을 짧게 나타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정확한 비율에 입각한 그림이 아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와 심상으로 그림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 발의 크기는 일반인의 그림에서 나타내는 만큼 작지 않다. 손목 안쪽에서 팔꿈치 안쪽까지의 길이가 발의 크기와 일치한다. 과학자이자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를 살펴보면 양 옆으로 벌린 팔의 길이와 사람의 키가 정사각형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앙 옆으로 벌린 팔이 키와 같은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약간의 오차가 있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닮게 그리기 가장 어려운 얼굴에도 여러 수학적 비례가 담겨 있다. 얼굴을 나타내고자 할 때 눈을 조금만 크게 그리거나 코를 조금만 삐뚤게 그리는 등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이미지가 매우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얼굴을 그리는 것은 섬세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얼굴의 윤곽을 그릴 때는 황금비율로 알려진 1:1.618의 계란형 얼굴이 가장 이상적인 얼굴형이다. 여기서 조금 각지면 각진 얼굴형이 되고 비례에서 옆으로 더 늘어나면 옆으로 넓은 얼굴형이 되는 셈이다.
 얼굴의 내부에서도 이마와 턱 끝까지의 길이도 3등분해서 이마에서 눈썹, 눈썹에서 코 끝, 코끝에서 턱 끝까지 3 등분으로 세 부분의 길이가 같게 나뉠 때 가장 이상적인 비례이다.
  가운데 부분을 길게 해주면 코가 긴 형상의 얼굴이 되고 윗부분을 좁게 해주면 이마가 좁은 얼굴형이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경우 이마가 넓고 코와 턱까지의 길이가 짧다. 이렇듯 기본적인 비례에서 조금씩 변형을 가하면 원하는 얼굴을 나타낼 수 있다.

 얼굴의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수학적인 모두 비례가 나타는데 눈과 눈 사이의 거리는 눈 하나 정도의 길이가 가장 적절하다. 이보다 짧으면 미간이 좁은 눈, 넓으면 미간이 넓은 눈이 된다. 화가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인물화는 즉흥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인물에 담긴 수학적 비례를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형태를 과학적으로 관찰하는 자세를 기본적으로 지녀야 한다.
 그림이란 비율과 비례의 수학적 요소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치적인 요소를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것이 미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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