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노사문화는 언제쯤 오나
상생의 노사문화는 언제쯤 오나
  • 정두은
  • 승인 2017.11.0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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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 두 은
취재본부장

최근 현대차 노조가 소식지를 통해 올해 임단협에 대한 노조원 설문 결과를 발표했는데 결과가 충격적이다. 연내타결을 하지 못할 제시안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는 질문에 △해를 넘어서도 교섭 진행(43%) △전면파업 대응(22%) △제대로 된 투쟁으로 쟁취(11%) 등이 76%에 달했다. 이 외에도 기득권 저하 없는 2교대 쟁취, UPH UP 절대 반대, 전면 총파업 투쟁 등 노사상생과 거리가 먼 의견들도 줄을 이었다. 회사의 영업이익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서도 생산현장의 긴장감과 위기의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또 노조원들은 설문에서 미타결 쟁점 중 최우선 쟁취 사항으로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을 1순위로 꼽았다. 국내외를 통틀어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노조원들의 주된 관심사가 여전히 돈과 파업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조의 위기불감증과 강경투쟁 기조는 사측에는 가장 큰 리스크이며, 경쟁사에는 더없는 호재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수 년간 하락세를 보이며 반토막 났는데도 여전히 위기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파업과 함께 더 큰 위력의 투쟁전략을 준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올해 임단협도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달 하부영 지부장은 취임식에서 "회사 위기가 확인되면 노조도 (위기극복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경영실적을 보면 누구라도 객관적으로 위기임을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인데 노조는 또 다른 확인을 하겠다는 모호한 입장만 취하고 있다. 대체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인가. 영업이익은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 결과물로 그 추이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중요한 지표로 볼 수 있다. 노조가 위기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 외에 위기를 증명할 또 다른 증거를 요구한다면 위기극복 동참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회사가 망해도 경쟁사에 인수돼 고용은 유지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큰 착각이다. 현실적으로 낮은 생산성에 매년 파업을 일삼고 경영실적과 무관한 임금인상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를 있는 그대로 고용 승계할 기업이 과연 있을까. 한국GM 사례에서 볼 수있 듯 설령 고용이 승계되더라도 상황은 지금과 매우 다를 것이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경영악화로 2001년 미국 GM사에 인수됐다. 당시 GM은 대우자동차의 승용차 사업부문만 인수했다. 버스 부문은 대우버스로, 상용차 부문은 대우상용차로 제각기 분리됐다. 당시 GM에 고용승계된 대우자동차 근로자들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판매부진과 생산물량 축소로 철수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위기극복에 동참은커녕 또다시 '유력 완성차 업체에 인수돼 생산물량이라도 넉넉히 확보됐으면 좋겠다'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전언이다.

 80년대 초, 근로자들은 부도 위기에 처한 회사 회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심덕(心德)·협심(協心) 운동을 전개할 정도로 애사심이 강했다. 세상 모든 것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지만 노동운동 방식은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기업과 노조는 공동운명체다. 회사를 적대시하는 노동운동 풍토는 기업 발전을 저해하고 이는 곧 근로자 고용불안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중국과의 사드 해빙무드에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대차 노사가 합심해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이같은 위기 상황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기업의 성패는 근로자의 기본자세에 달렸고, 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회사를 살리겠다는 80년대 근로자들의 심덕·협심 정신은 지금 이 시대에도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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