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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철
남구 기획예산실장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웃는다.'

 오늘날 술·우유 등에 사용되고 있는 저온살균법(pasteurization)을 개발해 그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는 루이 파스퇴르가 남긴 말이다. 그가 과학의 발견에 많은 우연들이 작용했다는 사실, 게다가 그 우연은 오직 준비된 자에게만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우연은 미래의 발견을 위해 필요한 것을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의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세상을 바꾼 작은 우연들은 결국 필연의 결과임을 방증해 준다는 의미에서 요즘 세인들에게 자주 인용되고 있다. 누구든 일에 대한 의욕과 용기를 얻어야 할 때 삶의 지혜로 삼을만하다.

 2017년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있는 우리 남구청 직원들에게 파스퇴르의 이 명언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의회나 집행부의 행정감사에 임하는 자세에 따라 행정의 효율성이 제고될 뿐만 아니라 주민 복리증진도 한층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구의 2017년 행정사무감사는 14일부터 22일까지 총 9일간 실시된다. 그동안 우리 집행부는 462건에 이르는 의회의 요구 자료를 10여일의 짧은 준비기간 동안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한다. 위원회별로 각각 9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었지만 전 직원들은 마치 시험 치르는 학생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했다. 정확한 자료 작성을 위해 가인쇄를 2번이나 거쳤을 뿐만 아니라 어떤 부서에서는 오타를 찾으면 상금을 주는 이벤트까지 마련하기도 했다. 일부 담당자는 손목 질환 발생에 산재를 신청해야겠다는 말을 농담 삼아 내뱉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구의원들도 행정사무감사 준비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릴 만큼 중요도 면에서 매우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일부 의원은 미리 공부해야 한다며 자료 제출 마감일도 되기 전부터 자료독촉을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추가 자료는 없는 지 일일이 챙겼다는 후문도 들렸다.

 이 모두가 철저한 준비를 통한 정책감사를 펼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을 터이다. 그 어느 때보다 알차고, 또 발전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수준 높은 행정사무감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알다시피 의회는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면서 행정업무를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행정사무감사가 대표 사례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회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해 매년 한차례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행정이 당초 계획에 따라 적절하게 집행됐는지, 법과 절차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잘 된 부분에 대해서는 격려를, 잘 못한 부분은 개선을 요구하게 된다.

 지난 3년 동안 남구는 전국자치단체 행정서비스 1위, 정부합동평가 최우수상등 총 77개 분야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자그만치 49개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 408억 원의 외부재원으로 구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열린 마음으로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땀의 결실이기도 하다. 우리의 위상과 자부심은 곧 주민들의 것이기도 하기에, 잘한 일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도 이어지는 행감이 됐으면 한다.

 물론, 우리 집행부도 진지한 자세로 행정사무감사에 응할 것이다. 구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와 더불어 구민을 함께 바라보는 좋은 반려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다. 시정이 필요한 부분은 겸허히 수용하고 해명할 것은 당당하게 설명하고 제시된 대안은 경중완급을 잘 살펴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구민을 위한 정책적 신념은 집행부나 의회 모두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책집행이 모두 성공할 수 없듯, 현실에는 불가피성이 상존한다. 집행부와 의회 모두 이런 현실의 불가피성을 무시하고 원칙론만 내세워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대안적 사고를 통해 정책의 문제를 밝혀내고, 동시에 대안제시를 통해 발전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마땅하다 하겠다.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행복남구'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돼야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쥐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 남구가 자치구로 승격한지 올해로 20년이 되는 등 이제 성숙한 지방자치의 꽃을 피울 때도 됐기에 하는 말이다. '준비된 자에게 웃음꽃이 핀다'는 말을 되새기며 마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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