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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은 주
울산자생한방병원 방사선사

며칠 전, 병원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 의료지원을 다녀왔다. 평소와 다름 없이 관절 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을 상담하고 진료하는 와중에 여자 어르신이 친구들의 부축을 받고 부스에 들어 섰다. 사정을 들어보니 행사가 열리는 주차장 햇살을 피하기 위해 주차장 옆에 있는 공원에 가려다 돌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다치셨다고 했다.

 어르신은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한의사 진찰 결과, 넘어지면서 부딪힌 뒤통수에 피가 맺히고 부어 오른 상태였다. 우선 인근 병원에서 머리 MRI나 CT를 찍는게 좋겠다고 설명 드리고, 준비된 구급차로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하니 "괜찮은데…. 허리나 봐줘요. 머리 그거 찍으면 돈 많이 나오잖아~"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한의사가 그래도 병원에서 정확하게 진찰을 받아 보셔야 한다고 거듭 설득하고 나서야 구급차에 오르시며 "사진 찍는데 얼마나 나올까? 비싸지?"하고 물으신다. 지금 당장 내 몸 아픈 것 보다 치료비가 더 걱정스러우셨던 모양이다.

 의료지원에서 만난 이 어르신 뿐만 아니라 일하다 보면 평소에도 "MRI 촬영비가 뭐 이래 비싸요?"라는 질문이나 "병원 돈 많이 벌겠네~"라는 핀잔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정말 병원에서는 돈벌이로 MRI를 들여 놓는 걸까?

 MRI 기계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서만 제작된다. 그렇기에 국내 MRI 기계는 모두 수입이다. 가격만 한대당 대략 11~12억이 넘는다. 설치 비용과 관리 비용은 별도인데 이 금액도 10억 이상이다. MRI를 설치하고 가동하는 순간, 약 22억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이다.

 거기에다 MRI를 촬영하는 방사선사와 영상을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 관련 종사자 인건비, 강력한 자장을 얻는데 필요한 전력 비용, 자장 외부유출 방지 설비를 갖추고 유지하는 비용 등이 추가 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MRI 1대가 하루에 찍을 수 있는 횟수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한 장면 촬영에 20초 정도 소요되는 CT와 달리 MRI는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수분에서 수십분 소요된다. 보통 몇 가지를 찍다 보면 20~40분 정도 걸린다. 또 장치가 과열되면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한대로 연속 촬영도 불가능하다.

 이런 MRI 기계의 특성 때문에 병원에서는 MRI의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게 된다. 수요 예측을 잘 못한 병원은 MRI 기계가 발목을 잡아 폐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니 검사 비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병원에 따라 MRI 검사 비용도 천양지차이다.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은 MRI 교체 주기도 짧다. 최신 MRI를 들이다 보니 비싼 곳은 90만 원에 육박하고, 저렴하다는 곳도 60여만 원이다.

 자생한방병원에서는 환자 부담을 최대한 낮추고자 MRI 검사 비용을 43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다는 말을 자주 듣는 것을 보면 MRI 검사비용이 병원에게도 환자에게도 부담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RI검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있다. 효과적인 치료는 병의 원인과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시작 된다. 암 환자의 경우 어느 부위에 암이 위치하고, 크기는 어떠한지 알아야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디스크 환자가 많은 우리 병원에서는 몇 번 척추 사이의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는지 확인해서 꼭 필요한 적절한 치료를 한다. 몸 속 단면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MRI 검사가 불필요한 치료과정과 시간,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MRI 검사는 이처럼 환자의 상태와 치료방향을 설계하는 중요한 단계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꼭 필요한 환자도 비용 앞에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단계별로 MRI와 초음파 검사 등 3,800개의 비급여 치료를 급여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MRI 검사에 대한 환자 비용 부담이 줄어 든다고 하니 '앞으로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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