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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조건부 '생태제방 축조안'의 세부안을 두고 울산시와 문화재청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내부 갈등이 격화될 우려도 제기되면서 중재에 나선 국무조정실의 보다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회'에서 조건부 '생태제방 축조안'이 논의 중이다.

 새 정부는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갈등관리정책협의회 25개 과제 반구대 암각화 문제를 포함시켜 중재에 나서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두고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갈등이 10년 넘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국무조정실의 중재 결과 조건부로 생태제방 축조안을 추진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 방안은 울산시가 제시한 것으로 문화재청이 생태제방 축조안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검증을 먼저 하자는 것이다. 

 검증 분야는 그동안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생태제방 축조안을 부결했던 사유들로 △제방 설치 지점 공룡화석 존재여부 △제방 설치로 미시기후(바람의 방향과 속도, 습도, 기온) 변화가 암각화에 미치는 영향 △제방 설치작업 진동으로 인한 암각화 훼손 여부 등이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서 시와 문화재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는 검증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생태제방 축조안 추진을 확정하자는 입장이다. 문제가 발견되면 깨끗하게 포기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반면 문화재청은 검증과 생태제방 축조안 추진 여부는 별개로 논의될 사안이라 주장하고 있다. 검증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추가 논의를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7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심의에서 생태제방 축조안을 세 번째로 부결했고, 10월에는 생태제방 축조안을 더 이상 논의할 필요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무조정실의 중재로 생태제방안을 다시 논의하고 있지만 '문제없을 시 추진 확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조직 내부의 방침을 사실상 뒤집는 셈이라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는 추진 여부가 확정되지 않으면 검증은 무의미 하다는 판단이다. 문화재청이 여전히 수문설치안(수위조절안)을 주장하고 있어 검증에서 문제가 없어도 추후 논의에서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정치 쟁점화되면서 지역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인재영입위원장 주도로 지난 9월 출범한 맑은물·암각화 대책 울산시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생태제방 축조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송 위원장과 운동본부는 밀양댐, 운문댐, 영천댐의 물을 울산에 공급받아 반구대 암각화 보전과 물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송 위원장은 "울산시 '생태제방안'은 문화재 입지여건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문화재청도 울산의 맑은 물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없이 수위조절론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정부적인 물관리 계획이 수립되고 있어 지지부진한 운문댐이 아니더라도 타 지역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최종적으로는 사연댐을 식수댐으로 사용하지 않는 정도까지 맑은 물을 끌어와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는 게 목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는 타 지역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 방안은 타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물 사용량이 증가하는 시점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2009년부터 정부의 맑은물 공급사업에 포함돼 운문댐 물을 끌어오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관계 지자체인 대구시, 구미시가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방침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훨씬 중요하게 반영되는 문제인 만큼 운문댐 외 다른 지역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6월 울산시장 지방선거에 김기현 시장과 송철호 위원장 대결이 확실시되면서 반구대암각화 내부 갈등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존문제를 매듭짓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 강하게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울산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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