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오랜만에 대어를 잡았다. 그동안 강력사건에 대한 범인 검거실적 등에서 전국 평균치를 밑돌았던 울산경찰로선 일대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범인 윤곽은 물론이고, 사건의 실체마저 확인되지 않은 오리무중 속에서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고 범인 검거까지 마무리 했다는 것은 더욱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다. 이번 수사는 또 심증과 용의 선상에 오른 전과자 등을 대상으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 것이 아니고 DNA분석 등 과학수사로 일관했다는 점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은 단순 실종신고를 접하고 수사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가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것도 일반인이 아니라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이라는 점에서 실종 여부마저 자신할 수 없었다. 당시 소문은 "동남아로 잠적했다" "서울에서 본 것 같다"는 등 종잡을 수 없어 수사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했다. 그런데 사건 18개월 만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도로공사 직원이 순찰도중 발견한 유골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수사팀은 "살해 후 도로변에 암매장됐다"는 소문을 근거로 유골이 실종된 김씨의 것으로 추정, 신원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먼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골의 신원파악을 의뢰했다. 검사결과 유골의 신원이 실종된 김씨와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수사는 단연 활기를 띄었다. 경찰은 먼저 김씨의 주변인물에 대한 탐문수사에 나서는 한편, 사건의 배경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며 접근해 들어갔다. 그러나 사건발생 시점이 너무 오래 된데다 동기가 분명치 않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피해자를 살해하고 유기까지 했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단서도 잡히지 않았고, 의욕과 달리 겉돌기만 했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들의 회고다. 때문에 사건의 원인과 당시 정황을 단편적인 소문 등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고 이 일이 또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던 조직간의 채권, 채무를 알게 되었고 이와 관련된 용의자들을 끈질기게 추적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수사결과 숨진 범인은 동거하던 김씨가 빌려간 6천만원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울주군 두서면 경부고속도로변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무튼 이번 수사는 우리 경찰에게도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미제사건들에 대한 재수사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로 경찰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더욱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