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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속담에 절묘하게 대비되는 두 개가 있다. "개천에 용(龍)난다"는 말과 "콩 심은데 콩 난다"는 속담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아무렇게나 내버려둬도 자질이 우수한 아이는 역경을 딛고 동량(棟梁)으로 자란다는 것이고, 후자는 자질에 관계없이 정성과 투자를 들인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이 두 속담은 완연히 상반되는데도 그동안 별반 거부감 없이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우리 국민의 내면에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인생역전에 대한 간절한 기구가 병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이중성 때문이리라. 그런데 고소득 계층과 저소득 계층 자녀들이 서울대, 연·고대 등 11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최대 5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옴으로써 이들 두 속담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최형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2000년∼2005년 한국노동패널 조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1분위 소득계층(최상위 25%) 자녀의 상위권 대학진학률은 14.1%로 4분위 소득계층(최하위 25%)의 2.7%에 비해 5.2배 가량으로 높았다고 주장했다. 또 상위권 대학의 범위를 21개로 확대했을 경우에는 최상위 소득계층의 진학률은 21.1%로 최하위 소득계층의 2.7%에 비해 7.8배 정도로 격차가 있었다.
 4년제 대학 전체로 살펴봤을 때도 최상위 계층은 진학률이 66.9%에 달했지만 최하위 계층은 49.3% 수준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반증이지 대학진학 그 자체로 우열을 평가할 사안은 아니다. 또한 자녀 교육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어머니의 교육 수준은 자녀의 대학진학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력수준이 대졸 이상인 어머니가 있는 가구의 자녀가 상위 11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14.9%였지만 어머니의 학력수준이 고교 미만일 때는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3.1%에 불과했다. 소위 자녀의 공부에 어머니의 이해도가 절대적이라는 설명. 아울러 개인과외를 받은 학생들의 11개 상위권 대학진학률은 11.7%에 달했지만 개인과외를 받지 않은 학생들의 진학률은 7.2%에 그쳤다. 최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교육을 통한 세대 간 사회이동이 쉽지 않고 소득이나 학력이 자녀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은 요행으로 인생역전이 불가능하고, 자녀 역시 공을 들이는 만큼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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