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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는 민심의 주소와 이동을 살필 수 있는 유일한 창이다. 또 최근에는 조사기법도 개량되고 보완되면서 거의 정답에 육박하는 수치를 내놓는다. 여론조사는 일단 예측 가능한 경우의 수를 최대한 간추리고 표본을 정확히 잡아내야 신빙성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때문에 여론조사는 조사 시점, 방법, 분석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영 엉터리라 할 조사는 거의 없다. 믿고 싶지 않아도 믿어야 하는 것이 여론조사다. 그런데 최근 모 여론조사가 발표한 내용은 황당하기까지 하면서, 기댈 데 없는 민심의 현 주소를 가장 극명하게 내포하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의외로 많았다. 이는 현 기성 정당들에는 희망이 없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분당상황에 처한 가운데 호남.충청을 중심으로 한 중도신당이 출현할 경우 이 세력을 지지하겠다는 유권자가 열린우리당 세력에 대한 지지를 앞지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6일 전국의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 결과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 분당할 경우 '정동영, 김한길, 강봉균 등 호남.충청을 중심으로 한 중도신당 세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5.1%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김근태, 정세균, 유시민 등이 중심이 된 열린우리당 세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25.3%, '문국현, 박원순과 시민사회세력이 중심이 된 진보정당 세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14.9%였고, 무응답 비율은 24.8%였다. 특히 호남.충청 중심의 중도신당 세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호남지역(64.6%)에서 압도적으로 높았고, 현 열린우리당 지지층(47.3%)과 민주당 지지층(47.8%)에서 높은 응답을 얻었다. 반면 열린우리당 세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부산.경남지역과 20대, 화이트칼라 층에서 가장 높았다고 KSOI측은 밝혔다. 열린우리당의 향후 진로에 관한 질문에는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질서있게 대통합신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47.5%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탈당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응답(40.2%)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는 탈당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KSOI의 이전 조사에서도 분당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일관되게 높게 나타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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