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말하기
보고 듣고 말하기
  • 울산신문
  • 승인 2017.12.05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석호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보고듣고말하기는 한국형표준자살예방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내용은 보기를 통해 자살신호를 알아차리고, 듣기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말하기를 통해 안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자살은 사실 우리의 커다란 문제이다. 필자가 젊은 의사 시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분명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것이 사실인데 또한 자살률이 OECD 평균의 2배나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했는가. 우리는 삶의 활동영역에서 경제적으로는 확장시켰는지 몰라도 생명의 영역에서는 축소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삶의 세계로 열려있는 그 영역이 축소된 것이 아닌가. 자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울이라는 것이 기분이 위축되어서 삶의 현장에 다다르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이다. 관계를 맺기 어려움, 더불어 지내는 것의 어려움, 자신의 삶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에 침해를 받음인 것이다.

우울이란 그 사람이 보내는 시간에서 희망이 없어 미래가 부담스럽고, 현재도 역동적인 살아있음이 활기를 잃으며, 자살생각이 많아져 죽음에로 지시되어 있는 것이어서 활동적인 삶의 영역으로의 확장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실존적인 시간으로 열려있지 못하다.

자살을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고통'이 참을 수 없는 정도로 그 사람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자살을 생각한다는 것을 먼저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그의 생각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신호를 보고 발견하고 알아 채주어야 한다.

본다는 것은 특히나 감정적 고통을 말로 잘 표현하지 않는 우리 상황에서는 꼭 필요한 것으로서 자살 위험이 있는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게 하는 것이다. 상황으로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는 느낌'을 조율성이라고 하며 감정의 알아차림을 중요시하는데 공감과 비슷한 말이고, 이것은 사실 듣기 단계에서 언급되는 특징이지만, 보기에서도 물론 관심과 공감이 없이 어떤 것이 보여 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신의 상태가 발견되는 것이 기분이다.

그다음 단계는 듣기로서, 보기에서 알게 된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서,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인데,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을 포함한다. 자살에 대한 질문은 사실 감당하기 힘든 것이 될 수 있는데, 더욱이 잘 아는 사람의 자살에 대한 것은 큰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게 되는 마음이 있기에 이때에 그것을 피하지 않고 계속 보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자살에 대하여 직접 묻는 것은 혹 자극을 하여 위험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지만 경험을 하여 보면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이야기할 수 있어 높아지던 긴장을 가라앉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그들을 듣는다는 것은 어려우며 진실한 태도를 필요로 할 것이다.

듣는다는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죽음의 이유를 충분히 경청하면서 그 이유를 드러나게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내담자 자신의 '마음의 상처'가 스스로에게 환기되면서 치료되게 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 듣는 과정이 여전히 감정을 억압하고 있는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을 열고 속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 내담자는 그 과정에서 상처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지도 모르는 것이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래서 이제는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떠나는 것을 견딜 수 없고 마음이 아프고 죽을 것 같아 말을 못하겠다든가, 그런 일이 있기  전에는 남편이 그런 아픔을 줄지 몰랐다고 하는 것 등이다. 사실 우리는 혼자서 살고 있지 않다. 아버지의 딸로, 형의 동생으로, 남편의 아내로 살고 있으며, 어느 날 그 남편이 떠난다고 할 때 그 빈  자리에 그 남자가 드러나는 것이고, 그동안 가졌던 그에 대한 사랑 그리고 미움도 나타나서 그녀를 파고드는 것이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그것이 고통스러운 회상이지만 죽음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말하는 것인데 그런 과정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도 분명 나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두 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나타난다. 이제는 보내야겠다는 마음 그리고 붙잡고 싶은 감정 같은 것들이다. 사실 어떤 감정에 잡혀보지 않으면 그 대상에 대한 이해도 나올 수가 없다. 융 분석에서는 감정이 없는 곳에는 인생도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끝으로 보고듣고말하기 자살예방프로그램에서의 말하기는 전문가에게 의뢰하기까지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고, 상담에서의 말하기는 내담자에게 들은 것을 해석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하지만 그가 말하게 만들기 위하여 상담자는 침묵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