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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시점에 이른 현대차 임단협 교섭이 안개정국에 휩싸이고 있다.

노조가 임금과 성과급, 정년연장, 정비임금인상, 해고자 복직 등 4대 요구안을 막무가내로 고집하는 통에 교섭이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회사의 변화된 안 제시 가능성으로 인해 잠정합의까지 예상됐지만 노조가 4대 요구안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어 협상 분위기가 매우 무거운 상황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4대 요구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임금에 매몰된 교섭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노조는 회사 경영 악화와는 상관없이 작년 수준의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회사 판매실적이 전년대비 27만대 감소했고, 수익성도 계속 악화되고 있어 노조 요구를 선뜻 수용하기 힘든 처지이다. 또 회사는 정년연장, 정비임금인상, 해고자 복직이 먼저 정리돼야 임금·성과급의 추가 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정년연장도 막판 교섭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시까지 정년 연장 또는 59세 임금동결과 60세 임금 10%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폐지 중 하나를 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년퇴직자 정년 후 일자리 마련 대책도 제시하라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다. 게다가 정년퇴직자 일자리 요구안은 청년 고용 문제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 하부영 지부장은 지난 6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현대차 정년퇴직자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개인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을 바라는 조합원 민의 때문에 소신을 뒤로 하고 정년연장을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어 이 또한 사회적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정비직군 임금인상은 올해 교섭의 복병임. 정비직군 실질임금 안의 핵심은 기아차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현대차 정비직의 경우 예전부터 하루 8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의 경우 과거 10시간 근무형태에서 2013년 주간연속 2교대 전환 당시 10시간에서 8.5시간으로 줄였다. 대신 기존 10시간 근무량(생산량)을 조건으로 기존 10시간의 임금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지만 임금·수당체계 및 직급체계의 차별을 받고 있다"고 요구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는 "8시간 근무하면서 10시간 분량을 일하는 기아차 임금을 달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다. 기아차는 다른 회사로 비교 대상 자체가 안 된다"라고 맞서고 있다.

노조의 해고자 원직복직 건은 해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요구 사항으로 올해도 해고자 3명의 복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들 해고자들은 생산라인을 불법으로 중단시켜 조업을 방해한 이유로 해고됐으며, 이 중 2명은 법원에서까지 해고정당 판결을 받은 사안이다.

회사는 도덕적 해이와 사내 규율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불법행위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원칙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한편, 노조는 18·19일에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국내 근로자 상위 3%에 해당하는 고임금을 받는 현대차 노조가 올해도 어김없이 '임금에 매몰된 교섭'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우려됐던 교섭 장기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중론이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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