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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서 수업 도중 한 남학생이 여교사에게 "저랑 술이나 한 잔 하실래요?"라고 했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교사는 처음에는 '청소년기 아이가 분별없이 한 말이겠지'라며 참고 넘겼지만 이후에도 노골적으로 특정 신체 부위를 가리키며 음담패설도 서슴지 않는 학생들을 대하면서 성적 수치심과 함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09년부터 2016년 1학기까지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는 총 3만 1,202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1,570건에서 2012년 7,971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학생이 교사를 성희롱하거나 폭행한 극단적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희롱의 경우 2009년 19건에서 2014년 80건, 2015년 107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68건이나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체 교권 침해 사건 중 성희롱·폭행 사건의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 2009년 3.1%에서 2016년 1학기에는 7.9%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비중도 지난 2009년 0.7%(11건)에서 2016년 1학기 4.0%(64건)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생들의 교권 침해 사례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남학생에 의한 여교사 성희롱 문제가 재점화 되면서 교권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학생이라도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경찰이 개입해 학생이 구속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등 엄격한 법 적용과 지나친 공권력 개입이라는 엇갈린 입장이 나타나고 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대립된다는 생각이 녹아 있다 할 것이다.

'교권'과 '학생인권'이란 짧은 말 속에 '인권'이란 단어가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단지 다른 단어는 교사와 학생뿐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서로 대립되는 것이라면 '교사'와 '학생'이 대립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럴까. 교사와 학생은 스승과 제자라 불린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스승은 가르침을 베풀고, 제자는 가르침을 따른다는 것이 상식이다. 선생과 학생은 대립하며 투쟁하는 관계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일까. 첫째는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서(정신) 보다는 물질(육신)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의식이 팽배했고, 둘째는 민주화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자유와 방종을 구별하지 못했으며, 셋째는 비록 교권 침해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판단이 국민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져 죄의식이 점차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론 인권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인권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보호해야 한다. 범죄자에게 지나칠 만큼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근본 개선을 위해 교권·인권보호 강화, 인성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입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에 매달리는 현실에서 이 같은 개선책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대학입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에 매달리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는 그 어떤 개선책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중·고등학교 과정의 5년 학제 개편 △국제학교처럼 개인적인 대화는 피하고 강의만 하는 등의 수업방법 개선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처벌 강화 △인권을 앞세운 사법부의 관대한 판단 지양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자연성을 상실한 타락한 인간과 사회제도를 개선하고 혁신하는 일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라고 설파한 '루소'의 말을 한 번쯤 반추해 보았으면 싶다. 제자와 학부모들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없어야 겠다. 학생들 역시 교사의 폭력으로 스승과 사회에 대한 신뢰감을 잃으며 학업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스승이 제자를, 제자가 스승을 사람답게 살아가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핍박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하나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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