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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1차 잠정합의안을 임금 인상안이 낮다는 이유로 부결했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결국 임단협을 마무리 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해를 넘겼지만 다행히 더이상의 악순환은 막았다. 2차 노사 합의안은 노동조합원 투표에서 61%의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합의안에는 6만원가량의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 300% 등 외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이 추가됐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1차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일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했지만, 2만 2,611명(50.24%)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나 4차례 추가 교섭 끝에 다시 접점을 찾아냈다. 당시 부결 원인은 예년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 때문으로 분석됐다. 결과적으로는 상품권 20만원을 더 손에 쥐고 찬성을 택한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 임단협 과정에서 모두 24차례의 파업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차량 7만 6,900여대에 1조6,200여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호황에 과실 챙겼다면 어려울 때 고통분담 감수해야
잘 나가던 현대차는 최근 몇년간 이어진 노사간 갈등에다 대외경쟁력 여건 악화 등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 2011년 10%를 웃돌았던 영업이익률은 이제 반토막이 났다.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예상치 못한 대외악재까지 더해져 경영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모기업의 위기는 고스란히 부품협력사로 확대 전이되며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회사가 호황일 때 과실을 챙겼다면 어려울 때는 고통 분담을 감수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현대차 노조는 경영실적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회사를 상대로 '쩐의 전쟁'을 벌였다.  고임금 노조의 돈타령은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지만 노조는 경영위기의 책임을 사측 탓으로 돌리며 돈을 더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도요타 노조가 회사와 함께 폭스바겐에 뺏긴 세계1위를 재탈환하겠다는 일념으로 63년 무분규를 이어간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실적이 좋으면 노조의 노력 덕분이고 실적이 나쁘면 회사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노조의 아전인수격 태도는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래도 1등 기업이라고 목에 힘은 빼지 않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잔뜩 긴장하고 잇다. 윤갑한 사장은 틈만나면  위기를 이야기 한다. 그는 "현대차의 노무비 수준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자율주행,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윤 사장은 또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근로시간 제한, 통상임금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문제와 중국차의 국내시장 진출, 남북한 경색 상황으로 인한 해외 투자심리와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 어느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2030년까지 이런 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우리에게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가 누구의 책임인지 공방하기 전에 노사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위기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윤사장의 고민은 언론에서만 요란할 뿐, 노조는 귀를 닫고 있다.

# 1등기업 자부한다면 그에 걸맞은 모습 보여주길
물론 해를 넘긴 임단협이지만 그래도 연초에 타결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지막까지 노사간 대화를 이어나간 끝에 자율적 합의로 최종 타결에 도달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산업계에 경영악재가 잇따른 가운데, 지역사회의 자연재해까지 겹치는 등 국가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노사가 더 이상 대립을 지속할 수 없다는 대승적 결단이 2차 잠정합의가 도출될 수 있었던 주된 배경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파업손실이 발생한 것과 국민들의 신뢰를 훼손한 점은 뼈저린 상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다.


이제 현대차 노사는 합리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잘못된 관행들을 불식시키고 실추된 고객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기업의 존망은 소비자들의 신뢰도에 달려 있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는 시점에서 임단협에 언제까지 발목을 잡혀 있을 것인지 스스로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스스로 1등기업이라고 자부한다면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동차의 품질이나 미래 경쟁력은 물론 구성원들의 의식이 모두 1등 기업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가진 대한민국에서의 위상은 물론 울산지역 사회에서의 위상도 되돌아 볼 시점이다. 그래야만 현대차의 미래가 보인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 당장 이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번 타결을 계기로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는 현대차의 위상을 바로세우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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