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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몇 해 전부터 울산에 불어 닥치고 있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최근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기부포비아' 현상, 지난 연말에 일어난 '포항지진' 등 역대급 악재가 겹치면서 수은주가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울산에 공동모금회가 설립된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 달성 실패라는 위기에 당면했다. 그야말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한 상황이다.

# 전국 평균 91.4℃ 크게 밑돌아
18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울산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진행 중인 '희망 2018 나눔캠페인'의 현재 모금액은 55억 7,1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억 8,300만 원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올해 울산모금회의 모금 목표액은 69억원으로, 전년 58억 5,000만 원 대비 16%가량 상향 조정됐지만, 모금 실적은 오히려 더 떨어진 셈이다.

이에 나눔캠페인 모금목표액의 1%가 채워지면 1℃가 오르는 사랑의 온도탑도 얼어붙었다. 지난해 이날 95.4℃였던 온도는 현재까지 80.7℃까지밖에 오르지 않아 전국 평균인 91.4℃를 크게 밑돌고 있다. 온도 상승폭도 하루 1℃ 내외를 보이는 등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모금 마감일인 이달 31일까지 앞으로 보름이 채 남지 않아, 이대로라면 지난 1998년 설립 이후 매년 100도를 달성해 왔던 온도탑의 올해 목표 달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인구 감소·기부 포비아도 한몫
올해 모금 실적이 저조한 것은 울산지역 기부문화에 역대급 '악재'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울산은 지난 2016년 조선업 불황 이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기부문화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울산 인구가 갈수록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인구 감소는 곧 기부 참여자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울산 인구는 118만 5,645명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330명 줄어들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9,069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연적 증가는 246명에 그친 반면 사회적 감소가 430명으로 커 직업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캠페인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인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지진이 발생하면서 부·울·경 지역의 기부금이 포항지진 복구 지원금으로 대부분 흘러간 것도 올해 나눔캠페인 참여도가 저조한 이유로 꼽힌다.

# 기업 기부금액도 10억가량 줄어
게다가 최근 전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던 '이영학 사건'과 더불어 시민 후원금 128억 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 등 기부금과 관련한 사건이 잇따라 이슈 되면서 울산도 기부를 꺼리는 '기부포비아'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우리 사회 전반 깊숙이 불신을 조장하고, 이런 분위기가 쌓이면서 기관과 단체를 향한 기업의 고액기부까지 많이 위축돼 있는 것이 기부 한파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울산지역도 매년 일명 '통큰 기부'를 하며 온도탑에 열기를 더하는 데 한 몫 하던 지역 기업들이 올해 기부금을 대거 축소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19년만에 첫 목표 달성 실패 위기
올해 지역 기업들이 나눔캠페인에 기부한 액수는 지난해 대비 10억 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저조한 기부 참여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시민과 기업들에게로 돌릴 수는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에서 발표한 '2017 기부 및 사회이슈 트렌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점으로 '기관의 신뢰성'이 꼽혔다. 기부를 기피하는 이유로 기관에 대한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이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목표액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울산모금회 관계자는 "나눔캠페인을 통해 시민 한분 한분이 전해주신 기부금은 투명한 운영을 통해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며 "남은 기간 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적극 참여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조홍래기자 usj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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