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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 신트라(sintra)는 포르투갈 리스본 근교 여행지 중 첫째로 손꼽을 만큼 인기있는 곳으로 옛 포르투갈 왕족과 영국 귀족들의 휴양지로도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시내에 위치한 신트라 궁정과 동화 속 그림 같은 페나성 그리고 산 위에 지은 무어인의 성터가 중요한 관광지이다.

그리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신트라 전경도 일품이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이곳을 '위대한 에렌'이라고 묘사했으며 그 외 여러 문학가들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찬사했다. 아담한 마을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며 거리 곳곳에서 아줄레주 타일로 장식된 옛 귀족들의 저택과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매년 여름이면 도시에 산재된 교회나 공원에서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이 열려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곳 신트라와 울주군이 우정을 나누기 위해 MOU를 체결해 더욱 관심이 크다.

 

신트라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호카곶이 있다. 유럽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다. 울주군 동쪽 끝에 있는 간절곶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해를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배경을 볼 때 두 도시는 매우 유사한 맥락이 있다. 해가 뜨고 지며, 세상을 밝히는 물리적인 시간의 길이는 매력적이다. 포르투갈 호카곶,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에 자리한 이곳을 선원들은 '리스본의 바위'라 부른다. 필자는 13개월 전 호카곶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은빛 바다만이 아니었다.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가려는 듯 대지 끝에 돌출된 이곳은 자연스럽게 대양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그곳에서 나를 잡아주는 것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침묵하며 호카곶을 지키는 십자가탑이다.

나는 대서양을 배경으로 하는 탑 아래에서 문득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간절곶은 우리에게 무슨 이름으로 기억될까? 왜 아시아의 간절곶, 한국의 간절곶이라 부르지 않는 것인지, 또 거기에서는 태평양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간절곶은 21세기 시작을 알리는 밀레니엄으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하얀 등대와 몇 가구만 사는 소박한 어촌마을이었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해안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자연 그 자체였다. 거기서 거침없는 맑은 바람결과 바다의 비릿하고 짠 내음을 마시면서 상념에 젖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간절곶은 상징성 없는 조형물로 가득하다. 거기에다 마루판으로 덮어버린 해안선, 도심을 방불케 하는 아스팔트 포장도로, 병정처럼 줄지은 난간은 수평선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바다를 호령하는 포루투갈 국민의 대양적 기질과 정서를 표출하는 호카곶의 십자가탑을 본떠 만든 간절곶의 십자가탑이 머리를 달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이는 새해 아침에 간절곶을 찾는 사람들에게 치적을 보이려는 조급한 마음에 서둘렀으나 시민 여론에 밀려 십자가를 달지 못하고 미완성이 된 것이다.

개념없는 허망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자연성을 살린 특화된 것이 보인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자연은 신이 창조한 건축이다"며 자연을 영원한 스승으로 삼았다고 한다. 나는 간절곶이 만인의 수호신으로 마음 속에 남아 있기 위해 이점에 단초를 찾을 것이라고 여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심사숙고하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완전 복구가 불가능하다. 간절곶이 더 이상 억지스럽게 채워 넣으려는 강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인위적 시각 효과의 트라우마에 연연해서 안된다. 우리는 복잡조밀한 도심의 딱딱한 인공물 군집에서 벗어나 자연을 통해 정신적 휴양을 갖고자 한다. 따라서 자연주의(내추럴리즘) 간절곶, 해 뜨기를 기다리는 시간의 침묵만으로도 마음을 나누고 사색하는 장소, 새로운 기운을 느끼는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찬바람 맞으면서 해가 지는 호카곶에서 낭만과 평화로움에 젖은 여행자가 이제 간절곶을 찾기 위해서는 인공조형물 등 인위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해 뜨는 태평양 바다에 의미를 두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친생태계를 지향해야 한다. 직선자로 그어놓은 수평선, 아기자기한 해안선의 곡선미, 오묘한 추상색 면의 바다 등 자연만으로 단순하고 담백한 극적 아름다움이 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해 뜨는 간절곶의 의미에 초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해 정화된 맘으로 희망과 염원의 메시지를 담는 새로운 수호 성지를 그려 본다. 또한 그리움으로 시상(詩想)을 떠올리는 공간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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