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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갈래?"
점심을 먹고 나면 당연하다는 듯 친한 동료들과 산책을 하곤 한다. 가까운 공원 또는 한적한 가로수 길을 걷노라면, 치열했던 업무의 무게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듯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인 녹지, 중구에는 근린공원을 포함한 도시공원 108개소(336만 9,000㎡), 가로수 54개 노선(78㎞), 녹지 38개소(29만㎡)가 있다. 녹지공간은 생각보다 우리의 생활 곳곳에, 그리고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녹지공간에 대해 대기 정화 효과 및 도시 미적인 향상의 효과 정도만 알고 있겠지만, 사실 도심 속 녹지공간은 도시환경에 많은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도시민의 휴식 공간 제공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속 녹지공간이 시민들에게 휴식의 장소를 마련해 준다는 것은 대기의 정화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가까운 공원, 도시 숲은 지친 일상을 잠시 벗어나게 해 주는 힐링의 공간이 된다. 녹지는 도시 내 공해의 완충 작용도 해준다. 예를 들어 중구의 북부순환도로 양 옆으로 녹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것을 '완충녹지'라고 한다. 이는 자동차로 인한 소음, 진동, 먼지 등의 공해를 줄여주어 주택단지를 보호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도시 기후 문제 중 하나인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해 준다. 열섬현상이란, 도시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구조물 및 아스팔트 포장 등은 태양열에 쉽게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렇게 올라간 온도가 도시의 높은 건축물로 인해 공기의 순환이 억제되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머물면서 해가 진 후에도 도심에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숲은 일사량의 90% 정도를 흡수하여 온도변화를 감소시키는 등 기후 조절 효과를 가져다주며, 녹지가 바람길을 형성해 공기순환을 높여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해 준다. 쉽게 말해,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여름철 열대야 현상을 완화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대학생 때 북한 새터민을 초청해서 삶에 대한 얘기를 하는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강연에서 진행자가 새터민에게 한국에 와서 가장 기뻤던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보니 한국에 와서 산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땔감이 많이 필요하고 나무가 살아나면 농사를 못 짓기 때문에 나무를 볼 수 없는 민둥산이라고 한다.
나는 녹음이 없는 도시의 삶을 그려봤다. 도시에 녹지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삭막한 회색빛이 될 것이다.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며 봄의 설렘을, 가을 낙엽을 보며 가을의 쓸쓸함 느낄 수도 없다. 도시는 그렇게 계절을 잊고 활력을 잃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자연에 너무 익숙해져서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며 녹지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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