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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은 목하 재개발 붐으로 들떠 있다. 중구와 남구 등의 구시가지에는 거의 예외 없이 재개발이 진행되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 때문에 여기저기가 허물어진 집들과 어지럽게 나뒹구는 세간들로 몸살이다. 굴삭기 등 중장비의 소음과 분진에 따른 민원도 만만찮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울산광역시의 '2010년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명시된 정비예정구역은 총 94개소에 7백만여㎡로 구도심 일대를 망라하고도 남는다. 미관상 지극히 불량하거나 노후 된 주거공간을 정비, 도시기능을 회복한다는 법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또 소방차 한 대도 제대로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미로(迷路)처럼 되어 있는 골목길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문제는 재개발을 하고난 이후 '집 없는 무주택자들'을 어디에 수용할 것인가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개발지역에는 의례히 고밀도 고층아파트가 들어선다. 그렇지 않고는 현재의 시장형편에 비춰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는 1종 주거지역은 당연히 2종과 3종으로 바뀌게 됨으로써 단독주택의 진입 자체를 원천봉쇄 당하게 된다.
 신규 아파트의 경우 울산 어느 지역에서도 평당 분양가가 8백만 원을 상회함으로써 30평 기준으로도 2억원을 훌쩍 뛰어넘기 마련이다. 월 평균 소득이 1백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시 영세민들로서는 이 정도 금액을 복권당첨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전세보증금이래야 고작 기 천만원이 전부인 세입자들이 울산에만 10만 가구를 넘는다. 이런 가정에서 아파트 장만은 언감생심이다. 미관을 떠나 기거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단독주택들을 한꺼번에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이들에게 '울산을 떠나라'는 소개명령과 다르지 않다.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서정희 의원이 울산시에 제출한 서면질의가 바로 이 같은 실상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서 의원은 질의서에서 "현재의 도심재개발 추세라면 멀지 않아 울산은 아파트 숲으로 변하게 되어 있다"면서 "이 경우 도심상권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결국 주거지를 잃게 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심상권에서 일을 하는 일용직 근로자 입장에서 2억원을 웃도는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물론이고, 분양가의 80%선에서 나오는 아파트 전세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서 의원이 지적한 도시환경의 미적, 사회적인 컨셉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무주택자들과 병존할 수 있도록 천편일률적인 도심재개발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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