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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낯선 식물이 눈에 띄면 그 이름이 무척 궁금합니다. 사진을 찍습니다. '모야모'에 올리거나 식물 이름알기 밴드에 올리면 대부분 금방 이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름이 없는 식물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식물의 두가지 이름 향명·학명
저마다 유래와 특징을 알아보며
다양한 식물과 친구가 되자


식물의 이름을 아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가요? 그렇습니다. 식물과 친구가 되려면 반드시 이름을 알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를 우리는 친구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자생식물은 얼마나 될까요? 1980년에 발간된 대한식물도감에는 3,200여종의 식물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4,173종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중 우리나라에만 살고 있는 특산종은 527종입니다.

이 많은 식물의 이름은 누가 붙였을까요?
식물의 이름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향명(鄕名)이란 이름이요. 다른 하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인 학명(學名)입니다. 우리 식물의 향명은 1937년 일제 강점기에 정태현, 도봉섭, 이덕봉, 이휘재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이름 목록집인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서 그 역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재직하던 학교를 전전하며 100회 이상의 편집회의를 하면서 전국의 민간에서 불리는 식물을 조사하고 고문헌을 연구하여 2,000여종의 식물명을 정리하여 조선식물향명집에 한글, 영문, 일본어로 표기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식물명은 대부분 이 책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학명(Scientific name)은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linn'e)에 의해 체계화된 것으로 학문의 편의상 붙여진 이름입니다.
학명은 먼저 라틴어로 그 식물의 특성을 나타내는 속명이나 종소명을 적고 이어 그 식물이 발견된 지역을, 마지막으로 그 식물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적습니다.

법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우리의 국화(國花)를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선 무궁화(無窮花)라 부릅니다. 이를 일본에서는 무쿠게로, 중국에서는 근화(槿花) 또는 훈화초(薰華草)로, 영어권에서는 사론의 장미(Lose of sharon)라는 향명으로 불립니다.
무궁화의 학명은 'Hibiscus Syriacus Linn'e'입니다. 여기서 히비스커스는 라틴어로 부용, 접시꽃 등과 같은 아욱과 식물을 통칭하고 시리아커스 린네는 시리아에서 린네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또 한 식물의 학명을 소개하겠습니다. 1902년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고, 청사초롱을 닳았다하여 붙여진 이름 '금강초롱'. 금강초롱의 학명은 'Hanabusaya asiatica NAKAI'입니다. 이 학명을 해석하면 초대 일본공사 하나부사가 나카이가 조선의 식물을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 줘서 그 감사의 뜻으로 이 꽃을 하나부사에게 헌납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나카이란 식물학자는 우리나라 특산식물 527종 중 327종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사람으로 학자로서의 양심을 팔고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을 남긴 사람입니다.
이렇게 학명 속에는 제국주의에 의해 짓밟힌 약소국의 아픈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특산식물, 아름다운 우리풀꽃에 드리워진 일제에 의한 창씨개명 청산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기원하면서 우리꽃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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