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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에 시달린 끝에 전북 군산 야산에 유기된 고준희 양 사건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지난 달 24일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염려가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 3조 제 7호에서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여 적극적인 가해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의미의 방임행위까지 아동학대의 정의에 명확히 포함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데는 부모 요인, 가정적 요인,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부모 요인으로는 미성년 가족 등 부모의 미성숙으로 아동양육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건전한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 자녀가 가진 능력 이상의 지나친 기대, 가정불화·경제적 어려움 등 가정 내 위기 요인, 부모의 분노, 우울증, 알코올중독 등 부모 자신을 잘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어릴 적 본인이 학대받은 경험 등이 아동학대의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가정적·사회적 요인은 가족관계 및 구조의 문제 사회 전반의 분위기 등이 포함되며, 이 요인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하여 발생하게 된다. 한부모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등 가족구조의 특성이 아동학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자녀에 대한 소유 의식, 체벌이나 훈육의 의미가 포함된 폭력은 필요하고 정당하다는 사회적 관념으로 인해 발생되기도 한다.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고준희 양 사건처럼 가해자의 10명중 8명은 부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발생한 학대사건이 언론에 많이 다뤄지지만 실제 아동학대는 가정 내에서 많이 발생한다. 

2016년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1만8700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전체 아동학대의 80.5%에 이르고, 특히 20대 부모의 비율이 34%로 가장 높았다. 위와 같이 대부분의 아동학대가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아동의 경우 특성상 자신의 위험을 외부로 알리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아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학대는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견 비율은 미국의 9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아동학대가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의 관심과 신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동학대의 개념과 위험성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섣불리 주변인을 아동학대로 의심하거나 신고하기를 꺼려할 수 있다. 이럴 때는 학대를 당하는 아동들에게서 나타나는 몇 가지 징후를 확인해보는 것이 어떨까. 설명하기 어려운 신체적 상흔이나 비슷한 크기의 반복적으로 긁힌 상처, 팔뚝 안쪽이나 허벅지 안쪽 등 다치기 어려운 부위의 상처 등의 신체적인 징후와 어른과의 접촉을 회피하고 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행동적 징후를 나타내는 아동을 볼 때 '혹시 내 주변에도?' 하는 생각으로 아동학대를 의심해본다면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아동에게 더욱 더 빠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일간 매체에서는 택배기사가 늦은 밤 혼자 집에 있는 아이에게 소포를 넘기려다 집 앞에서 느껴지는 원인모를 악취에 구멍 뚫린 문 손잡이 틈으로 보이는 더러운 집안을 보고 아동 학대를 눈치 챘다고 보도했다. 

누구든지 아동학대를 알게 된 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할 수 있다. 법으로 규정된 교사나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관련 직군에 속하는 신고의무자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이웃인 '나'도 신고의무자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우리 주변에 더 이상 추운 날을 보내는 아이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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