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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의 목차입니다. 시작부터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어처구니없는 맛은 어떤 맛일지, 꿈꾸는 맛은 또 어떤 맛일지 상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안읽어 씨 가족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답니다.
안읽어 씨 가족은 네 명입니다. 안읽어 씨, 산만해 부인, 봄날에 태어난 귀여운 아홉 살 딸 안봄, 그리고 늙은 개 왈왈 씨가 한 가족입니다. 평범한 동네에 있는 평범한 가족이지만 아주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1년에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실 책장에는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지만 책을 읽지는 않는 가족이지요.


안읽어 씨 곁에는 늘 책이 있습니다. 물론 절대 읽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 하품이 나고 졸음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책은 안읽어 씨에게 아주 좋은 수면제입니다. 안읽어 씨는 책을 받치고 발톱을 깎고 운동을 할 때도 양손에 책을 한 권씩 들고 팔을 폈다 굽혔다 합니다. 지하철에서는 제목도 모르는 프랑스어로 적힌 책을 읽는 척 하고,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도 책을 들고 다녀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한답니다.
산만해 여사도 늘 책을 옆에 두고 있습니다. 뜨거운 라면 냄비를 식탁에 놓을 때는 책을 받침으로 씁니다. 커다란 그림책은 쟁반으로 쓰기도 하지요. 딸 안봄은 책과 잘 노는 아이입니다. 책들을 쌓아 인형 집을 만들기도 하고 책 속에 있는 색지를 잘라 종이접기도 합니다. 책 내용만 안 볼 뿐이지, 책은 늘 안봄의 친구이고 장난감입니다. 그리고 왈왈 씨에게 책은 밥그릇입니다. 독후감 숙제를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독후감을 이리저리 짜깁기해서 제출한 후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쩔쩔 매는 안봄의 모습도 우스꽝스럽게 묘사됩니다.
 

장경숙 아동문학가
장경숙 아동문학가

이런 가족에게 왈왈 씨가 베고 있던 두꺼운 책 '맛있는 책 요리점'을 만나면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 책을 가져오는 분께는 신선한 책 샐러드를 무료로 드린다'는 광고 문구를 보고 공짜 샐러드를 먹기 위해 맛있는 책 요리점을 찾아 나서면서 겪는 재미있는 이야기랍니다.
오븐에 구운 사진 책과 문장 사이에 꿀을 바른 책, 무지갯빛 그림을 곁들인 책 등 맛있는 책 요리점에서 책을 만난 뒤 안읽어 씨 가족은 책을 정말 좋아하는 가족이 되었답니다. 안읽어 씨는 이제 남들에게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읽게 되었고 안봄이도 책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직접 읽어보셔야 겠지요.
여러분에게 맛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요? 제가 책을 요리한다면 어떤 맛을 낼 수 있을까요? 작가는 늘 그런 고민을 하며 생활한답니다. 절로 웃음이 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아야겠다는 꿈을 꿉니다.
 장경숙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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