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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볼 소설은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로 많이 알려진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五, 1958~ )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지난 일요일 밤이었다. 455쪽이나 되는 두꺼운 장편소설을 하룻밤 사이에 읽었다. 이렇게 술술 읽히는 책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 소설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게 된 동기는 바로 다음 주에 포항고등학교의 <작가읽기동아리>에서 학생들과의 북토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평소 알고 지내던 김옥주 국어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초청강사로 참여하기도 한 것이다. 일본문학에 관한 북토크란 점에서 솔깃했는데 '일본문학'이라는 범위가 워낙 넓어서 걱정이기는 하지만, 고등학생과 독서토론을 한다고 생각하니 기대도 된다.

내가 읽어야할 책 중에 요즈음 학생들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많이 읽고, 그 중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빼 놓지 않고 읽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서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읽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영화 <백야행>을 우연한 기회에 보고나서 원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것을 알았고, 우리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많이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내가 연구하는 분야하고는 거리가 먼 '추리소설'이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읽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 싶어 지난주에 학교 도서관에서 서너권을 빌려 읽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 제일 처음 읽은 작품이 바도 오늘 만나게 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다 읽고난 소감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감동과 재미를 주는 소설이구나' 였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많이 읽히는 이유를 알 것만도 같았다.

먼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한다. 소설 공간이 나미야 잡화점은 도시 중심에서 벗어난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30여년 동안 비어 있는 오래된 가게이다. 어느날 이 가게에 삼인조 좀도둑들이 숨어든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아동복지시설에서 같이 자란 친구 사이로 몇 시간 전에 강도짓을 하고 경찰의 눈의 피해 이곳을 온 것이다.

그런데 이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폐허 가게에 '나미야 잡화점 주인' 앞으로 편지 한통이 우편함으로 들어온다. 놀란 세 사람은 그 편지를 읽게 된다. 그 편지는 과거의 사람이 보낸 고민상담 편지로 시간을 초월해서 현재의 나미야 잡화점 우편함으로 들어온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들을 노리는 누군가의 장난으로 생각했는데, 이 이상한 고민상담 편지에 이끌려 답장을 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답장을 쓰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나 같은 게, 나 같은 바보가."라는 말이 저절로 가슴에 와 닿았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조차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살아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작가의 소설적 장치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가슴 훈훈해 진다.

상담 내용도 비교적 다함께 고민 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렇게 해 주고 싶은데…'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도록 하고 있다. 첫 번째 편지 고민 상담자는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는 운동선수로 사랑하는 사람이 병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운동을 포기하고 간병을 해야 할지, 아니면 운동을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두 번째 고민 상담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으로, 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대대로 이어온 가업인 생선 가게를 계승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렇게 사랑을 택할 것인지, 자신의 꿈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번쯤 해 봤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돼"라고 상담자입장에서 토로한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다. 또한 어떠한 노력이든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고 한 상담도 가슴에 닿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번 주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작은 기적과 만나게 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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