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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울산중부경찰서에 근무하면서 2개월여 잠복수사 끝에 불법포획 밍크고래 유통조직을 검거하면서 밍크고래 27t을 직접 압수한 수사 담당자로서, 최근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있는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검사는 왜 경찰이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불법으로 추정돼 압수한 고래고기를 과학적 검증방법인 유전자 검사 결과도 확인하지 않고 피의자가 제출한 허위서류만 믿고 고래축제 기간에 맞춰 서둘러 돌려주었을까? 검사는 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동물보호단체 고발로 시작된 경찰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유유히 해외연수를 나갈 수 있었을까?

필자는 이것이 검사의 막강한 권한 중 하나인 독점적 영장청구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경찰은 검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다. 이 조항은 5·16 쿠데타 이후 1962년 제5차 헌법 개정 때 도입됐다. 그 이전까지는 경찰이 직접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표면적인 이유는 경찰의 과도한 영장청구로 인한 국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헌법 개정 이후 국민의 인권이 향상됐을까?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검찰은 영장청구권 등 더욱 막강해진 권한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현재의 검찰은 또 어떠한가? 벤츠 여검사 사건, 김학의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 등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검사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검사의 비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검찰이 기소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등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음에 비해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고래고기 환부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현재 경찰 수사가 검사의 영장청구권이라는 커다란 벽에 가로 막힌 듯하다. 검사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 또는 유착관계가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사건 실체 파악을 위해서는 핵심 당사자인 검사 출신 변호사의 사무실·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나 검찰에 의해 모두 기각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없었다면 경찰 수사는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쯤 사건의 실체를 밝혔거나 지금 보다 훨씬 더 실체적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검찰은 아직까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법률 전문가인 검사만이 영장청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의 주장과 같이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이 주어지면 국민의 인권상황이 더 나빠질까? 절대 그렇지 않다.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이 주어지더라도 영장발부 최종 결정권자는 지방법원 판사이다. 그리고 현행 형사소송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신문제도, 체포·구속 적부심사 제도, 국선변호인 제도 등 수사기관의 위법한 강제수사에 대한 많은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 있어 인권침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된다.

현재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수사구조개혁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삭제야말로 검찰개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자문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도 90% 이상의 국민이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삭제에 찬성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개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시대 변화에 맞게 법률로 영장청구권의 주체를 다양화해 수사기관 사이에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고,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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