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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70%는 물이며 우리 몸의 70%도 물인 만큼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하지만 지구 표면의 물 중 97.5%는 바닷물이다. 바닷물은 마실 수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말에 '물 쓰듯 하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물은 충분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물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올 거라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대동강 물을 돈 받고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 이야기가 어느덧 현실이 되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 한국 생수시장 규모는 8,0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온실가스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근래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 울산만 해도 2017년 강수량은 과거 5년 평균대비 약 40% 이상 감소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대형화재와 산불이 끊이지 않는 것도 건조한 날씨 영향이 크다. 울산도 주요 댐의 낮은 저수율로 인해 식수공급 기능을 상실했고, 이로 인한 2017년 낙동강 물 사용량이 전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수도 요금이 인상됐다.

물 부족 사태는 물 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강 하나를 두고 여러 국가의 영토가 접해 있는 나일강, 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이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대표 지역이다. 2008년 세계미래회의에서 앨빈 토플러 교수는 "세계적인 물 부족으로 물 값이 원유 가격만큼 올라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나라도 이미 지역별로 물 전쟁이 시작됐다.

대구시는 수질 오염사고 등 수돗물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달성군 강정취수지에서 구미공단 상류지역으로 취수원 이전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구미시는 지역의 농업, 공업용수 부족 우려와 상수원보호구역 추가 지정에 따른 재산권 침해 등을 내세우며 10년째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부산시가 낙동강 하구 생태계 복원을 위해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추진하는 것도 울산시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석유화학산업단지는 낙동강 하굿둑에서 28㎞ 떨어진 경남 양산 원동취수장에서 하루 평균 약 95만 t의 공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낙동강 하굿둑 개방으로 인해 이 공업용수에 염분이 섞일 경우 산업단지 배관 부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우려는 부산대 토목공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만조시에는 염분이 둑에서 42㎞ 떨어진 밀양강 상류까지, 간조때는 25.5㎞ 떨어진 경남 양산 물금취수장 인근까지 각각 침투한다'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단지 중 하나인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는 낙동강 원동취수장에서 공급받은 원수에서 불순물과 이온을 제거한 후 각 석유화학업체로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원동취수장에서 받은 공업용수의 전기전도도가 2월 기준 약 620㎲/㎝로 역대 최악이었다. 수질이 악화되면 물 속 불순물과 이온을 제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에 각 석유화학업체에서는 물이 부족해 공장 가동률 감소 조치 직전까지 도달했다.

가뭄이 길어지면 석유화학산업은 농업 못지않게 물의 소중함을 더욱더 실감한다. 왜냐하면 공장 가동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하면 공장도 쉴 수밖에 없다. 마침 갈수기 및 원수 수질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맞춤형 공정용수 통합공급(이하 물공장) 사업'을 RUPI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물공장 사업이 조속히 완공돼 더 이상 석유화학공장 가동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미 UN은 우리나라를 물 부족국가로 지정했다. 이젠 가뭄이면 하늘만 바라볼 순 없다. 좋은 해결 방법이 있는데 이를 방관해선 더욱 안 된다. 21세기는 물의 시대다. 제12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아 화학산업에 꼭 필요한 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며, 물 한 방울도 소중하게 여기는 인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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