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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옛 기억들이 떠오른다. 당시 줄지어 버스를 오르는 동네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오래만의 나들이인양 설레어 하는 모습과 미소가 가득했다. 왁자지껄 떠드는 이야기는 어린 나에게 단지 알아듣지 못하는 아우성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 후보가 관광도 시켜주고 음식도 대접했다는 사실과 그 대가로 ○○○ 후보가 당선된 결과를. 어쩌면 이 당시에는 참 어르신들이 순수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받은 만큼 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잠깐의 기분 좋은 설렘의 대가는 너무나 혹독했다. 그 대가를 지금 이 순간까지도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꼼꼼히 보지 않고 누가 돈을 얼마나 풀었느냐가 승부를 좌우했고 그 과정을 통해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그 이상의 이익을 부정하게 얻기 위해 각종 편의를 봐 주고 이권에 대한 대가로 본인 뒷주머니를 채우기에 급급했으니 이 나라와 고장의 살림살이가 제대로 작동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매번 받아간 세금이 나라와 고장의 발전을 위해서 쓰인 것이 아니라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지조차 몰랐으니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에게는 허탈감과 상실감만 안겨 주는 것이 당연하였다. 또한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선거범죄 혐의로 고발되고 임기 중에도 최종 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는 경우를 보게 되면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이 한층 더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라가 망했는데 가문이 무슨 소용이냐"며 전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을 하신 우당 이회영 선생의 말씀을 떠올린다.
이 나라가 존재하는 것은 바로 이분 같은 끝없는 애국심과 희생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멸사봉공의 자세로 깨끗한 선거를 통해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들려는 노력, 이것이 부정한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건강한 나라를 물려줌으로써 후대가 번창할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부정 선거를 통하여 상상하지 못할 사회적인 비용을 낭비해야 했다. 금품선거를 배제하고 깨끗한 선거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안일하고 무관심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양심을 매개로 깨끗한 선거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때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민주주의라는 유산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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